한 여자의 통속적인 막장드라마.

 

 읽으면 읽을수록 화가 나는 소설이었다. 요즘 시대에 결혼만큼이나 이혼이라는 말이 넘쳐흐르는 것처럼 어떤 사정으로 여자는 이혼을 하고 싶을 걸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장편 소설을 처음 접해보지만 <억새풀>이라는 작품으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는 작가의 필력을 통해 여자의 삶을 바라보고 싶었다. <억새풀>이라는 작품이 다소 생소했는데 1990년대의 작품이라 접할 기회가 없었나보다.

 

여자사람으로 '여자의 일생'을 맛 본 책이 있다면 가장 최근에 읽었던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도 여자의 일생을 세 여자를 통해 바라본 것이라지만 하나같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음울했고, 우울했던 책이라 읽고나서 내내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임선영 작가의 <이혼하고 싶은 여자>는 세련미나 통찰력 보다는 아침 드라마의 시대극처럼 울타리에서 벋어나지 못한 한 여자의 일생을 그린 것 같다.

 

그래서 더욱더 '여성의 삶에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뒷표지의 글귀가 와닿지 않았다. 아침드라마의 그것처럼 통속적이고 때로는 너무 많이 봐서 진부한 드라마처럼 지정선이라는 여자의 인생이 두 권에 걸쳐 그려져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종갓집의 외동딸로 태어난 그녀가 종손녀로서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지만 생각지 못한 한 남자 송재현을 통해 인생의 행로가 뒤틀리고 수렁으로 빠져든다. 그 후 그녀는 점점 더 그녀의 인생에서 무거운 추를 다는 것처럼 질척거리는 나날들이 계속 된다.

 

아침에 브라운관을 통해 보는 아침 드라마나 주말에 하는 드라마처럼 한 남자를 통해 처녀성을 잃고 그의 아이를 갖게되는 비련의 주인공인 지정선은 그녀의 삶에서 비상구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녀를 좋아하는 많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결혼 전에 사귀었던 은호, 윤 교수, 태영등 수 많은 남자들이 그녀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지만 타이밍을 통해 그들과 좋은 인연을 맺지 못하고 그녀에게 큰 상처만 준다. 바람과 같던 그들 중에서 훗날 태영과는 좋은 인연을 맺었지만 그녀의 인생을 보자면 재현을 만나 억지로 인연을 맺었던 것, 작은 아버지를 통해 상처로 얼룩진 것이 그녀에게는 사무친 한이었다.

 

몰아치는 폭풍우에서 계속 원을 도는 것처럼 어느 하나 선을 넘지 못하고 계속 맴도는 그녀의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물론 보는 것과 달리 인물이 갖는 한계성이 있지만 다소 막장드라마라 불리는 드라마와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같은 소재라도 문체나 이야기를 통해 더 맛깔나게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