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기에 꿈꾸는 것.

 

 인간의 욕망에 대해 감각적인 문체로 그려낸 파트리크 라페르의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는 사람의 속성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작품이다. 제목이나 표지조차도 감각적이어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처럼 묘하게 눈길을 사로 잡는다. 민음사에서 출판된 세계 문학 전집 만큼이나 모던 클래식 시리즈를 좋아한다. 모던 클래식을 애정하는 이유는 고전에 버금가는 현대 시대에 살아가는 삶의 다양성과 수학처럼 답이 떨어지는 문제가 아닌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경우의 수를 복잡하고 다단한 모습으로 그리고 있다.

 

양파를 자르는 것처럼 계속 새로운 것들이 생성하듯이 스케치북에 스포이드로 물을 떨어뜨리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듯이 현대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군상을 다양하게 표현된다. 책을 읽을 때는 한 가지 감정이 아닌 다양한 감정으로 몰입하게 되는데 그것이 때로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남자사람, 여자사람이 만나 인생을 살면서 겪는 사건들은 무한대의 경우의 수를 두고 있고 답이 없는 문제들,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런 점을 날카롭게 포착해 작가들의 필체로 색색깔의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파트리크 라페르의 이번 소설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강렬한 원색, 빨강이다.

 

인간에 있어서 규범과 욕망 사이에 발을 내미는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어떤 불륜 드라마와 같은 일이 발생한다. 루이 블레리오는 아내가 있음에도 '노라'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또다른 한 남자 머피는 루이와 달리 노라에게 모든 것을 주지만 사랑과 욕망에는 빠지지 않는다. 동전의 양면같은 두사람. 바람이 스치듯 강렬하게 그려대는 세사람의 이야기는 세심하게 붓을 놀리지 않지만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영상이 떠오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진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느낌이 날까?

 

부인이 있음에도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남자, 부인에게는 그 어떤 추억조차 느끼지 못하는 메마른 남자 사람인 루이의 모습과 바람같은 노라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욕망이라는 또다른 이름은 마치 불꽃처럼 화염이 일다가도 어느새 잔잔하게 잦아지는 불끼 같이 느껴졌다. 세사람이 채우는 화면이 점점 멀어지더니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보이고, 또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다시 많은 사람이 보이고, 점 점 더 세사람의 모습이 하늘 위에 떠 있는 별처럼 보이더니 다시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사람의 갖고 있는 무한대의 욕망이 그들이 갖고자 했던 '현실'에서는 한 여름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반짝였다 사라진다. 그것이 때로는 슬프고,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은 애처롭기만 하다. 절망과 방황의 숲에서 그들의 해방구. 범접하지 못하는 화염만큼이나 스르르 사라지는 모습까지도 눈을 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이것이 바로 인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