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와 카뮈의 논쟁을 재조명하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다가 <사르트르와 카뮈>를 만났다. 책을 읽기 전부터 두 작가에 대한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작품은 만나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시대를 경험하고 카뮈와 사르트르의 우정이 계속되지 않고 결렬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사르트르의 전문가인 로널드 애런슨이며 원제는 Camus and Sartre: The Story of a Friendship and the Quarrel that ended it이다. 원제목을 번역하면 사르트르보다 카뮈가 먼저 이름이 담기지만 먼저 불리는 사람이 더 높은 평가를 준다는 인상을 주는 것을 생각해 알파벳 순서로 따지면 당연히 카뮈가 먼저이지만 시카고대학 출판사에 출간된 이 책이 그 관행을 뒤집어 놓았다. 대체로 카뮈보다 사르트르의 손을 들어주는 쪽을 선택하고 있고 누구의 이름읖 앞에 쓰느냐에 따라 고민이 많았겠지만 우리나라 번역본은 저자의 원제목이 아닌 그들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한 사르트르의 이름이 먼저 나온다.

 

간략히 두 사람을 소개하자면 장 폴 사르트르는 1905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두살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파리 사범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그의 대표작으로 알고 있는 <구토>를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다음해 세계 2차대전에 징집되었다. 수용소를 나온 후에 '사회주의와 자유'라는 저항단체를 조직했으며 1945년 잡지 <현대>를 만들어 당대 정치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훗날 그는 노벨문학상에 지목되었지만 그는 수상을 거부했다.

 

반면 알베르 카뮈는 1913년 알제리 몽드비에서 출생했으며 1차 세계대전에서 아버지가 전사하자 어머니와 할머니 밑에서 가난하게 성장했다. 장학생으로 알제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생계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후에 건강상으로 교수 시험에 응모하지 못했고, 스승인 장 그르니에의 권유로 공산당에 가입했으나 탈퇴하고 진보일간지 기자로 취직했다. 대표작으로는 <이방인> <페스트>등 왕성한 작품활동을 했으며 젊은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르트르와 카뮈는 프랑스 지식인으로서의 돈독한 우정을 함께하고 협력해왔지만 사르트르가 만든 잡지 <현대>지를 통해 두 사람의 갈등이 점화 되었다. 역사의 방향에서 서로를 달리한 그들을 보며 그들의 성향과 작품세계를 되돌아 보았다. 개인적으로 두 사람에 대해 깊이가 없어서 그런지 그들의 이야기에 다가설 수 없어 안타까웠다. 사르트르와 카뮈의 출생에서 부터 첫만남, 카뮈의 주장과 사르트르의 목소리를 통해 주고받는 이야기들. 그들의 격렬한 논쟁들. 서로의 논쟁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서로에게 준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함께 우정을 쌓아 올리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상대방이 반론을 펼치는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두 사람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과 정치적으로, 철학적으로 대두되는 이야기들이 낯설었지만 두 사람의 논쟁사를 읽으며 사르트르와 카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르는 단어와 문장을 줄치며 접하는 20세기에 격렬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두 사람이 이 세상에 없는 지금까지도 진행형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