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인 작가는 <국화꽃 향기>로 너무나 잘 알려진 작가인데,사실 이번에 그의 작품을 처음 보게 되는 것이다. <국화꽃 향기>는 영화보다는 OST로 익숙했기에 보지는 못했지만,상당히 슬픈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김하인 작가의 특징이라면 서정소설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인데,이 작품 <잠이 든 당신>은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짧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여자와 여자의 배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그런 여자를 위해 헌신적으로 간호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사고 전 처음 만나게 된 것부터 편지로 이어지는 그들의 사랑이야기에는 누구라도 감동에 젖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순박하고,아름다움을 느꼈다.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사랑이라고나 할까? 이 상황이 만약 나에게 찾아왔다면 주인공 석민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된 작품이었다. 요즘에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는 것 같아 아쉬웠었는데,이 작품을 읽으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원작이 된 실화는 2011년 식물인간 상태에서 아이를 낳은 중국 여성의 이야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는데,정말 엄청난 모성애가 아니었다면 자신이나 아기의 목숨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었을텐데,정말이지 기적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작품들처럼 무겁지도 않고,겉으로만 본다면 가벼운 작품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메마른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오아시스같은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석민의 이야기 뿐 아니라 식물인간 상태에서 석민과 이야기하는 선영의 독백 부분은 작가의 창작이겠지만,오히려 그 부분이 더 감동적이었다. 아이를 위한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도 이 책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했던 부분이었다. 석민과 선영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위해 가족들의 이야기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빼버린 점과 선영이 사고를 당하기 전의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일부분으로만 나온 것은 아마도 이런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점이 이 작품의 더 큰 매력이 되버렸으니 말이다.

 

2012/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