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내가 <사신 치바>,<골든 슬럼버>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다. 두 작품과 다른 것은 그나마 지극히 현실적(?)인 플롯을 가졌다는 것이다. 뭐,그렇다고 이런 가족이 있을 확률은 거의 낮아보이지만 말이다.

 

주인공은 무려 4명의 아버지(책벌레인 대학강사 사토루,도그레이스같은 도박을 즐기는 타카,여자 킬러인 아오이,폭력교사로 알려진 중학교 교사 이사오)(?)를 둔 유키오. 그러나 이들과의 연결고리 대신 학교 안팎에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생겨난다. 친구 마스지로 인해 우엉남자와 얽혀 돈을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코미야마가 등교를 거부하여 직접 집까지 찾아갔으나 허탕치기도 하고,아버지 타카와 함께 간 도그레이스에서 수상쩍은 가방교환을 발견해 쫓다 놓치기도 하는 등 미처 다 나오지도 않은 여러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였다면 막장드라마 같았을 이 작품이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에서는 아주 코믹적이고 감동적으로 재탄생했다. 특히나 전반부에는 약간은 읽는 속도가 느렸지만,후반부에 빠르게 읽혔다. 아마 이것도 작가의 의도적인 구성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 막바지에 아버지들은 아들일지 확실하지도 않은(단 1명이 진짜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유키오를 구하기 위해 합심하여 작전을 짠다. 작품 초반부에 나오는 수기신호 및 미국드라마를 본뜬 구조장면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의 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의외로 유키오같은 가족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아버지들이 많은 게 좋은 게 아니라,자신의 자식인지 아닌지도 DNA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확실한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하지 않고 무조건 아들이라고 믿어버리는 나머지 세 아버지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신뢰가 후반부 유키오를 구하는 작전의 주요한 동기가 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가족에 대한 소중함도 동시에 일깨워준 보기 드문 가족소설 겸 오락소설이었다.

 

201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