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처음 접해본 작가들이 무척 많았다. 그 중 요시다 슈이치도 한 명이다. 이전에 도서관을 통해서 그의 작품 몇 편을 알게 되었지만 기대와 다르게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악인>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그의 작품이 <악인> 이전과 이후로 나뉠 수 있을 정도로 판이했기 때문이다. 비록 완벽하게 보지는 못했지만,그 이후에 그의 작품이 또 언제 나올까 하고 기다렸는데,이번에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바로 <원숭이와 게의 전쟁>이라는 작품인데,<악인>에 견줄 바는 못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자기도 모르게 정치판에 뛰어들어 거물과 대결을 펼치는 한 바텐더의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길거리에서 아기를 안은 채 남편을 찾고 있는 미쓰키는 우연히 자신에게 도움을 준 준페이와 함께 뺑소니 사건에 연루된다. 그러나 이 뺑소니 사건이 나중에 가해자가 뒤바뀌게 된 것을 알아차리고 협박을 시도할 계획을 세우지만 바로 이 계획의 주모자가 미쓰키의 남편인 도모키라는 걸 알고 상황은 더 꼬여만 간다. 그 이후 준페이에게 의원 선거 출마를 권유하는 누군가와 함께 이들의 인생에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

 

일단 극적인 전개가 눈에 띄었다. 술집에서 일하던 남자가 어떻게 의원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실제 일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오히려 그런 전개 때문에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었다. 그들의 출마를 지켜보면서 베테랑 의원에 맞서 승리를 응원하는 기분은 이 작품을 읽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일종의 특권 같은 것이었다. 이 책의 제목인 '원숭이와 게의 전쟁'도 게를 배신하는 원숭이에 맞서 그 게들이 결국 승리한다는 내용이라 알려진 일본의 전래동화에서 가져온 것이라 더 인상깊었다. 내용에서 여러 번 바뀌는 캐릭터들의 상황과 이야기 흐름이 끊어진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크게 부족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실제 있었던 일은 아니고 내가 어렴풋이 영화를 통해 본 기억이 난다. 그 영화도 이 작품과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사한 소재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 책을 통해서 참으로 기분좋은 승리를 맛봐서 정말 좋았다. 물론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호스티스라든가 바텐더,마담 같이 우리와는 조금 동떨어진 캐릭터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들이다. 한동안 작가를 연애소설을 쓰는 작가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전과는 다른 변신이었지만 그 변신이 나쁘지 않은 작품이었다.

 

201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