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올해 드라마는 유난히도 대작들이 많았지만 그에 비해 시청률은 그닥 잘 나오지 않았다. 대체적으로 사극이 그러했던 것 같다. <해를 품은 달>을 제외하고는 크게 눈에 띄는 시청률을 올린 사극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중에서도 <신의>는 <닥터 진>과 함께 타임슬립과 현대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팩션 사극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캐스팅도 괜찮은 편이었고 말이다. 김희선의 6년 만의 드라마 복귀에다 그것도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이민호와의 로맨스에 <모래시계>,<여명의 눈동자>,<태왕사신기> 등 만들었다 하면 시청률 제조기로 불렸던 송지나 작가,김종학 PD의 재결합은 내가 이 두 사람의 작품 중 유일하게 <모래시계>만 이후 재방송을 통해 봤음에도 살아있는 캐릭터와 빠른 전개 때문에 기대가 큰 드라마였다.

 

그러나 이 두 작품 중 내가 끝까지 본 드라마는 <닥터 진>이었다. <신의> 역시 처음엔 재미있게 봤지만 후반 들어서 전개가 약간 느슨해진 게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소설 <신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소설은 4권으로 나올 예정인데,그 중 1권은 드라마로 친다면 1부부터 3부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1권 챕터가 6개니까 2개 당 1부씩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과연 이 소설이 드라마를 따라갈 것이냐 아니면 작가만의 소신으로 다시 쓸 것이냐 하는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그 고민을 송지나 작가가 이번 소설에서 제대로 해결한 것 같았다.

 

확실히 소설은 드라마와 약간의 차이가 있다. 드라마에서 약간 웃음 나는 장면이 있다면 소설에서는 완전히 그 부분들이 빠지고 철저하게 각 캐릭터들의 대사와 이야기 중심으로 펼쳐진다. 거기에 더 빠른 전개가 눈에 띈다. 고려 후기,원의 볼모로 잡혀있던 공민왕이 원의 공주이자 왕후인 노국공주와 고려로 돌아가 왕위에 오르려고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왕후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의해 왕후의 생명이 위독하게 되고,우달치 대장 최영이 전설의 명의 화타가 승천한 문으로 가서 신의,즉 하늘의 의원을 데려오라는 명을 받는다. 타임슬립으로 현대로 온 최영은 성형외과 의사 유은수를 고려시대로 데려온다.

 

소설을 읽으면서 드라마 속 상황과 오버랩되는 부분은 드라마를 먼저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와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아직 완벽하게 등장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대립하게 되는 기철과 최영의 대면은 이후 어떤 전개로 펼쳐질 지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아직 나머지 시리즈를 읽지 못했기에 드라마와 소설이 얼마나 비슷할 지 알 수는 없지만,1권만으로 판단한다면 대부분 드라마와 소설이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1권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대체적으로 빠른 전개에다 톡톡 튀는 성격의 유은수와 최영 사이의 부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1권만 읽더라도 내가 드라마 후반에 아쉬웠다고 생각한 부분이 내년 나올 나머지 시리즈에서 잘 드러날 것 같아 기대가 된다. 이번에 드라마를 소설로 쓴 작품을 처음 읽었는데 아주 큰 매력을 발견한 것 같아서 기뻤다.

 

2012/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