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2>를 본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또 보고 싶은 이유는 아마도 전편보다 강해진 총싸움이 아닐까 싶다. 1편이 겨우 3~40여명과의 총싸움이었다면 2편은 집안에서만 무려 100여명,미국에서의 4~50여명의 미국 마피아 조직들과의 총싸움으로 승부를 내고 있다. 정말이지 많이 죽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오우삼 감독은 1편에서 죽은 주윤발을 쌍둥이라는 이유로 부활시켰다. 정말이지 억지가 아닐 수 없지만 홍콩영화 시스템의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석천이라는 배우의 연기로 떼우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주윤발의 액션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석천의 연기는 <사형도수>,<취권> 등에서 성룡의 사형 역으로 나오는 그런 코미디가 아니라,정신이상자가 되어 정신병원에서 펼치는 연기 등 내면심리연기가 정말 끝내준다. 내가 그 당시 시상식 심사위원이었다면 석천에서 남우조연상을 주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룡은 1편에 비해 비중이 줄어들었고,장국영은 영화 후반부에 킬러의 총탄에 맞아 공중전화에서 죽고 만다. 그나마 남은 주윤발이 액션을 해내지만 뭐 그렇다고 주윤발이 모든 액션을 해내진 않는다. 적룡,석천과 함께 장국영의 윈수를 갚기 위해 생사를 가르는 혈전이 시작된다. 이 혈전을 총감독한 사람이 바로 무술감독 정소동.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서극은 <천녀유혼>을 제작한 인연으로 이 영화에 정소동을 무술감독으로 기용한다. 그랬기에 계단액션,킬러와 주윤발의 서부식 총격신 등의 명장면이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의 오우삼 행보를 보면 헐리웃 적응에 실패한 듯 보인다. 초기에는 그래도 예전 홍콩 스타일을 적용하여 <하드타겟>,<브로큰 애로우>,<리플레이스 먼트 킬러(오우삼 제작)>,<페이스 오프> 같은 영화를 성공시켰지만,<미션 임파서블2> 이후 그 기개가 많이 꺽어진 듯 하다. 그래서 나는 오우삼이 다시 홍콩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전의그 향수를 다시 느낄 수 있게.비록 <영웅본색> 같은 영화가 아니라 할지라도 그의 장기를 살려 이런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이 담긴 액션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04/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