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영화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고대의 신비로운 이미지나 현대의 액션배우를 중심으로 한 선과 악의 이미지가 강했다. 그리고 이 영화,<포비든 킹덤>은 그 두 가지 이미지를 <서유기>라고 대표되는 중국 고전 속에 첨가한 재미있는 요소가 있는 영화다.

 

그러고 보면 제작진도 아시아와 관련있는 사람들로 채운 걸 보니 적어도 이 영화가 그동안 만들어졌던 헐리웃의 아시아 문화에 대한 미숙한 이해가 어느 정도 극복된 듯 하다. 연출을 맡은 롭 민코프에게 맡긴 것은 최근 중국인 아내와 결혼하여 화제를 일으켰지만,그것보다는 <라이언 킹>,<스튜어트 리틀>과 같은 가족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가 특정층(아시아 영화를 좋아하는 특정 팬들)을 상대로 흥행하기 보다는 다분히 온가족이 즐길 수 있을 만한 영화로 만들기 위한 제작진의 의도가 보인다. 각본을 맡았던 존 푸스코도 한때 아시아 무술에 심취했으며,<도덕경>이나 공자 같은 동양사상에도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만들어지기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동양 영화 비디오를 좋아하는 소년 제이슨이 차이나타운의 동네 불량배에게 당할 위험에 처하자 비디오 가게 주인인 할아버지(성룡)가 신비의 봉을 준다. 그러나 그 봉의 힘 때문에 소년은 시대를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로 떨어지고 만다... 그곳에서 만난 루얀과 란은 제이슨이 500년 동안 봉인된 마스터를 깨울 수 있는 예언의 인물임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정을 떠나지만,마스터를 봉인시킨 세상의 지배자 제이드 장군과 백발마녀가 그 사실을 알고 추격을 시작하게 된다...

 

줄곧 이 영화에는 성룡 vs 이연걸의 대결이 꼬리표가 붙는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는 겨우 5분 정도의 분량으로만 나온다. 그래도 이 영화는 성룡과 이연걸이 그동안 출연했던 헐리웃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들은 헐리웃 영화에 출연하면서 마치 자신이 입었던 옷 위에 또 하나의 새로운 기성복을 입으면서 갑갑해진 몸 때문에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액션을 선보인 것이 사실이다.(그래서 성룡은 코미디의 비중을 늘렸고,이연걸은 과거 이소룡의 강인하고 힘있는 이미지와 비주류 영화인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헐리웃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기술과 액션을 선보이는데,그 능력을 보여주는 데는 무술감독 원화평과 촬영을 맡았던 포덕희의 공이 크다. 일단 원화평은 이전에 성룡과 <취권>,<사형도수>,<쌍룡회>에서,이연걸과는 <황비홍>,<태극권> 등 수 많은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 베테랑 무술감독이다. 또한 포덕희 역시 이미 <와호장룡>에서 섬세한 액션을 찍는 노하우를 익힌 적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무협영화에는 최적의 인물이다. 또한 이 영화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헐리웃의 구태의연한 아시아 문화의 미숙한 이해를 어느 정도 극복해 냈다. <킬 빌>처럼 아시아 문화를 덧씨웠으면서도 거기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있다. 예를 들자면 유역비의 캐릭터는 <금연자>에서 가져왔고,이빙빙의 백발마녀는 <백발마녀전>에서 확실하게 가져왔다. 성룡이 맡은 루얀은 <취권>의 소화자를,오프닝 장면은 쇼브라더스에서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단,급격하게 마무리되는 결말과 소년과 다른 아시아 배우들과의 영어 문제는 아쉽다. 하지만 이전에 만들어졌던 헐리웃과 아시아의 조화롭지 못한 헐리웃 영화보다 훨씬 낫다. 이 작품은 헐리웃이 그동안 아시아 영화에 대한 고마움에 바치는 헌정선물이기 때문이다.

 

2009/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