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권에서 아담과 이브 같은 성경 속 인물들과 빈센트 반 고흐 같은 실존인물들의 등장과 현실과 환상 속 세계를 왔다갔다하는 구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3,4편에서는 현실을 주배경으로 한다. 현실에서 백두산의 폭발로 사탄이 돌아와 혼란을 가져오는 내용이다. 여기에 엄청난 바이러스를 옮기는 무저갱의 사자까지.. 정말 내용만으로보면 왠만한 판타지는 맥도 못 출 것 같다.

 

1,2권에서 나온 고흐는 3,4권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고흐가 절대 선과 악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그의 피도 마찬가지다. 악마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 그의 피를 먹고 고흐의 조선 부인이 낳은 쌍둥이를 찾아내려는 시도들이 나온다. 이런 블럭버스터 같은 내용과 1,2권보다 정교해진 소재 때문인지 1,2권보다 3,4권이 분량은 두꺼운데 비해서 빨리 읽을 수 있었고 이해하는 것도 쉬웠다.

 

여기에다 판타지에 우리나라의 백두산이라든지 조선 부인 등의 한국적인 내용과 캐릭터들의 존재는 이 작품이 성경을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우리에게 이 책을 더 친근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다만,1,2권에 잘 몰입되지 않았던 독자가 이번 3,4권까지 열심히 읽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판타지는 보통 여러 권으로 나오기 때문에 서술의 유기적 흐름이 상당히 중요한데,이 작품은 그 유기적 흐름이 어떤 부분에서는 잘 흘러가지만 다른 부분에서 조금 막히는 느낌이 있다. 이것은 작가의 필력이 아직 발휘되지 못한 측면으로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읽으면서 중반부까지는 살짝 아쉬웠지만 그 이후부터는 내용이 살아나면서 결과적으로 흐뭇하게 마무리되어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긴 시리즈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우리작가가 쓴 판타지를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접근성의 문제가 있었다. 비록 이 작품이 약간 부족하고 어설프지도 모르겠지만,이 작품을 발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유명한 판타지 작가들만의 작품만이 출판되는 것이 아닌 여러 신인들의 좋은 판타지 작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단,판타지라도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캐릭터들에 대한 작가만의 정의는 필수일 것이다.

 

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