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에 대한 욕심이 있다.

좀 더 서정적이고 맑고 밝은 언어 찾기에 고민하고, 때론 철학적이면서 사유하는 언어를 찾고,

원칙적이면서 간결하고 분명한 언어가 와닿고, 솔직 담백한 언어에 마음이 정화되기도 하고,

삶 속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마음 속에 깊이 각인된 곱고 아름다운 언어들에 감동하기도 한다.

이렇게 풍성한 언어들의 잔치가 펼쳐짐은 비단 책의 단골 소재만은 아니리라.

실제로 생활 속에서나 미디어 속에서 때와 장소, 상황에 어울리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부럽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기보다 책을 많이 읽었구나! 느껴진다.

 

결국 사람의 말이나 책 속에서 끝까지 기억하는 것은 '단어'가 아니라 '문장과 구절'이었다.

 

이름 불리는 '명사'가 아니라 생동케하고 움츠리게 만들고 콩콩콩 마음 동하게 하는 '형용사나 동사'였다.

심미적이고 매력적인 '형용사'보다 무던하지만 뭔지모를 가슴 깊이 파고들게 하는 '동사'의 존재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된다. 명사와 형용사의 그늘에 밀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동사.

그 동사를 처음으로 제대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된 책 <동사의 맛>이다.

 

 

 

글 쓰기를 잘 하려면 많이 써봐야 된다고 한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앉은 자리 싸움이란 것을...... 그리고 쓰긴 쓰되 참 잘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글, 무엇보다 내가 봐도 잘 썼다고 칭찬해줄 수 있는 따뜻한 글 말이다.

언제나 봐도 질리지 않는 곰삭은 글맛 나는 글을 쓰고 싶다.

그 글맛을 내는데 필요한 재료를 찾았다. "동사"였다.

 

사람이나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 활용을 하며,

그 뜻과 쓰임에 따라 본동사와 보조 동사, 성질에 따라 자동사와 타동사, 어미의 변화 여하에 따라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로 나뉜다.

 

참 까다롭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동사. 어떻게 구별하며 말하지? 고민이 되는 것 또한 '동사'이다.

하지만 말 속에 동사가 섞임으로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한 밥상이 차려지는지 처음 알았다.

그 뜻에서처럼 기막히게 활용을 한다. 퓨전 음식이 아닐까?

같은 말인데 아예 다른 뜻으로 쓰이는 말들이며, 모양이나 형태가 비슷한데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뜻이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다른 말들인데 뜻은 오묘하게 통하고......

실제로 동사의 유의어가 '움직씨'인 것도 처음 알았지만 단박에 그 뜻을 알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움직이는 씨앗이었다.

이 움직씨가 출동을 해 제대로 그 역할을 해주면 얼마나 글밥이 살아나는지....

결국은 글을 잘 쓰려면 '동사'를 많이 제대로 알아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숙제다.

 

책 <동사의 맛> 나에게 딱 필요한 귀한 책이다.

저자는 20년 넘도록 잡지와 단행본의 문장을 다듬어 온 전문 교정자이다.

이 실전 경험을 토대로 까다로운 우리말 동사가 잘 정리되어 있다.

자칫 헷갈리기 쉬운 말들이나 함께 쓰면 어색한 말들은 이해하기 쉽게 '그와 그녀'의 이야기 속에

잘 버무려졌다. 소박하지만 결국 만만치않은 밥상이다.

이 책을 잘 활용해서 나도 틀에 박히고 형식에 얽매인 글이 아닌 풍성하고 맛있는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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