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묵직한 책이다. 소설이지만 왠지 신앙서적 같기도 하고.......
500페이지가 넘는 책은 무슨 종류의 책이든지 사실 버겁게 느껴지고, 이미 마음 속에 선을 긋게된다.
그리고 그 페이지의 중압감에 못이겨 페이지 많은 책은 다음에~~ pass~~ 하고 넘어간다.
결국 언제 읽힐지 모르는 쪽방 늙은이(?)와 같은 신세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질적인 습관을 고치기 위해 난 페이지 많은 책을 읽으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게된다.
책 쪽수의 산을 넘지 못하면 다음번에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이 눈에 띄었을 때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담감이 나를 좌절시킬지 모르기에 미리 연습을 해두는 것이라고 하면 될까?
삶에서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연습이 필요하듯....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만 취사선택해서 할 수 없듯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 이 작은 취미에서조차 더 말하면 무엇하랴......
책에 흠뻑 젖어드는 순간 하아얀 새벽 안개가 순식간에 걷혀 밝음이 점점 도드라지는 아침의 기운이 펼쳐지듯,
어느새 책은 뒷장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것이 또 책이 주는 재미의 묘미가 아닐련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오랜만에 아름다운 서사시를 만난듯, 마음 속에 평안함이 넘치는 무한 에너지의 기운을 받았다.
박진감이 넘치는 책, 너무 웃겨서 배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모를 정도의 책 수준은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이 머리에 입력이 되어지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흘러가는 시간의 강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기적의 존재 믿는가? 이 말은 사실 크리스챤인 나에게도 크나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믿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동하지 않으니깐... 어쩌면 그 감동적인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의 현장에 
있어보지 않아서 믿음으로 다가오지 않는 부분일 것이다.
기적같은 일이 날마다 일어나게 되면 그 기적은 더이상 기적이 아닌 그냥 일상의 삶인 것이다.
그래서 항상 신앙적으로 민감해져야 되는 부분이고, 하나님의 음성에 민감해져야 되는 이유인 것이다.
일상과 다른 일들이 펼쳐졌지만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그냥 일상에 묻혀지게 되는 것이니깐.....






대대로 하나님을 신실하게 믿어왔던 가족이 있다. 바로 ’예레미야’ 가족이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는 아니지만, 어떤 힘듦과 어려움이 오더라도 늘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서 있는 3자녀의 
든든한 버팀목인 가장 ’예레미야’씨네 이야기이다.
젊었을 땐 전도유망한 사람이었지만, 그 모든 성공적인 부와 명예들을 버리고 조그만한 초등학교의 수도배관공으로 
일하게 되는 예레미야. 그리고 그가 지켜주고 사랑하며 아껴줘야 될 자녀들, 데이비 루벤 스위드.
맏아들답게 듬직한 데이비, 태어날때부터 천식에 시달리는 화자 루벤, 어느 것 하나 나무랄데없이 똑부러지며 서사시를
기막히게 잘 짓는 조숙한 여동생 스위드.
이들의 여정과 그 여정 속에서 기적을 체험하면서 불안함의 기쁨과 역설적인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아버지 예레미야의 학교내 불량 청소년 훈계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는 직장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여동생 스위드가 
그들의 복수의 대상이 되었고, 이것이 맏아들 데이비를 분노케 했으며 결국 두 사람을 죽인 죄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그리고 데이비의 탈옥은 가족이 더이상 본토 친척 아비집(아브라함의 아비 데라의 집. 은유적 표현)에서 머묾이 아닌,
형을 직접 찾으러 나서게 만들었다.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른 채.......
그럼에도 한시라도 희망을 잃지않는 아비 예레미야의 아이들을 향한 자상함과 겸손함과 정다움은 참 빛이 난 것 같다.
가난 속에서도, 답답함 속에서도, 아들의 범죄를 알면서도 여전히 아들을 향한 기도를 멈추지 않았고 날마다 하나님과의 
교제를 멈추지 않았던 모습 속에서 신앙이나 삶이 여전히 그에겐 한결같은 삶이었음을 알 수 있었고 그것이 하나님의 
축복의 사람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으로 낙점되어진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정말 막막하기 그지없는 형편 속에서 떠난 여정은 아버지 예레미야의 고백처럼 기적이었다.
쫒는 사람들을 따돌리게 만드시고, 사람들을 붙여주시고, 생각이 다른 사람까지도 배려하며 안아주며 받아들이고...... 
특별히 심성이 아름답고 밝은 록재너와 만남은 예정된 하나님의 축복이었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절묘하고 오묘했던 것 같다.
그러나 루벤이나 스위드나 늘 말하듯, 록재너와의 만남이후 하나님의 기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불안함 속에서의 평안함이라서 그럴까? 하나님은 그 평안함조차 질투하시는걸까? 두 아이의 빗바랜 소망만 타들어가고
하나님은 응답하시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나님의 신실한 가정에게 베푸는 기적이 멈추었을까? 아니었다.
꿈 속에서 아비 예레미야와 루벤의 만남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으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아비의 당부....
동생 스위드를 잘 보살피고, 새엄마 록재너를 잘 도와주고, 형 데이비를 전해주기를.....
아비 예레미야의 죽음과 맞바꾸어진 루벤의 운명. 루벤의 고질병이었던 천식기가 말끔히 사라졌다. 






비록 아비 예레미야는 죽었지만, 그의 죽음과 삶은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라" (히브리서 11장 1절)
아들 데이비를 찾아야만 되는 아비의 절박함과 그 과정속에서의 기적이 아들을 찾게 되었다.
그 머리에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사람의 생각으로 하지 않았고, 하나님의 이끄심대로 행한 결과였다.
결국 기적을 낳는것은 믿는 대상을 향한 끊임없는 순종과 기도와 민감함의 예배였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한 기적이 신실한 하나님의 약속이라고까지 믿지는 않았지만, 그 아비가 아이들에게 남겨준것은
어쩌면 ’바라봄의 기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강 같은 평화’ 한 아비의 자식에 대한 목이 메인 기다림과 사랑, 형제들의 오빠와 형을 향한 그리움이 험난하고 무서운
여정길로 드나들게 했지만 그 과정이 가족으로서의 서로에 대한 사랑이자 표현이 아니었을까?
급류에 휩쓸려갈 듯한 순간에도, 유유히 흘러가지 못하고 바위에 부딪힐뻔한 순간에도, 고인물처럼 어느순간 정체되어도,
다른 침범자로 인한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그들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었던 것이 기적이었고 기쁨이었고 평화였을 것 같다.
평화는 어두웠던 새벽 미명이 지나고 오는 법이니깐......

예레미야, 떠남, 믿음과기적, 강같은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