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혀끝으로 읽는 미술이야기~~~ 생소하고 왠만한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금 있어야만 무난히 읽을 수 있을것 같은데...
아니었다. 혀끝~~ 즉 음식으로 그려진 그림이야기였다.
미술이야기만으로 규정지어졌다면 분명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읽고싶지 않았던 종류의 책일것 같은데...
캔버스에 그려진 음식과 식사이야기였다. 그것도 음식으로 본 서양미술사의 흐름과 역사가 고스란히 그림속에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자칫 지루하기 쉽고 흥미롭지 못하고 딱딱한 미술이야기가 생활속에 없어서는 안될 음식과 만나 유쾌하게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다. 재미있었다.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림속에 음식이 등장하고 그 음식이 사람에게 어떤
존재감으로 다가오고, 시대별로 음식이 어떤 의미로 그려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시대가 흐를수록 음식에 대한 미술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 속 그림엔 여러가지 식사 풍경이 나온다.
중세 16,17세기에 종교적 색채가 짙은 식사와 만찬 연회에서부터 농민들 서민들의 식사며,
그 당시의 좋은 식사와 나쁜 식사의 표본이 나오고,
식사를 준비하기 위한 부엌과 시장의 활기찬 모습들도 표현하며,
성서적인 식사보다 음식 본연에 초점을 맞춘 정물화가 탄생되는가 하며,
시대상황에 맞춰 18세기 한창 산업혁명이 무르익을 쯤엔 즐기는 위주의 음식보다는 의무감으로 먹는 음식이 초점이 되고,
근대엔 식량의 부족과 빈곤의 시대는 아니었기에 음식보다 사람과 풍경 위주의 그림들이 대세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의미의 식사보다는 감각적이며 사람 사이 교제와 자연풍경으로 식사의 본질이
변화되어가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맛있는 그림은 "최후의 만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최후의 만찬>

초기 기독교는 공동체로서 결속을 확인하기 위해 모여 식사를 했다. (애찬)
2세기 중반부터 애찬과 분리되어 감사의 기도를 중심으로 하는 성찬이라는 전례가 정착되었다.
이것이 교회내의 성찬식의 제정 혹은 미사의 기원이 된 것이며, 최후의 만찬의 주제의 가장 큰 의의이다.

기본적인 식사는 빵과 포도주였다. 이것이 신의 살과 피라는 생각이 식사에 대한 서양인들의 태도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 자리에 메인요리가 있었다면???
아마 물고기가 주님의 식탁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여겼을 것이다.
기독교가 금지되었던 시절에 기독교인들 사이에 물고기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암호였다.
그리스어로 ’하나님의 아들이자 구원자이신 예수그리스도’의 머리 글자를 따면 물고기란 뜻의 ’익투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후의 만찬을 그린 그림들에서 성스러운 음식인 빵만이 중요했고 고기요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후의 최후의 만찬의 그림들은 미사로서의 의미가 강조되었기에 식사라기보다 엄숙한 의식처럼
그려진것을 볼 수 있었다.

서양미술사에서 또 좋은 식사와 나쁜 식사가 있음을 알수 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즉 수도사의 소박한 식사, 일을 끝마치고 가정에서 기도하는 모습의 식사, 선행을 베푸는 식사는
좋은 식사의 표본임을 알수 있고, 중세의 교회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 규정하는 교만, 인색, 음란, 분노, 탐욕, 탐식, 나태에
관련된 식사는 나쁜 식사의 예라고 할수 있다.

피테르 브뢰헬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

사육제와 사순절의 싸움은 농민들의 생활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으며, 당시 시장의 모습과 식습관을 기록한 것으로
민속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한다.
사육제의 음식은 와플, 버터, 달걀로 대표되고 사순절의 음식은 물고기, 프레첼, 납작한 빵, 홍합으로 대표된다.
축제의 광란과 종교의 경건함, 쾌락과 금욕이 대치되는 것으로 당시의 사회적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다.

시장의 모습과 게걸스레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때는 풍속화가 유행이었음을 알수 있었다.
리얼하게 묘사된 식재료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동적인 것 같다.
여기서부터 서양사의 전통적인 종교적인 주제에서 약간 비켜나가지 않나싶다.
그 비켜나감을 대신하는 것이 최대한 리얼하게 묘사된 식재료와 요리에 대한 매혹으로 급상승 된 정물화일 것이다.
음식이나 식탐은 접고 회화적 아름다움을 통해 사물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낸다.
그러나 20세기 정물화는 회화가 직접 사물에 동화되어 상품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일명 ’팝아트’라 불린다. 현대 소비문명을 사는 사람들의 욕구에 부합하는 즉 대량생산 포장된 식품이 팝아트의 모티브겠지.
근대 19세기 이후엔 식량공급이 안정되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없고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대이다.
서민이라도 돈만 내면 호화로운 식사를 할수 있고 진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되자 풍성한 식사에 대한 꿈을 더이상
미술에서 찾지 않게 되었다.
뭐든지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겠지. 우리들은 음식보다 주변의 환경에 더 만족을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는것이다.

맛있는 그림들을 다양하게 맛보아서 좋았던 것 같다.
다양한 음식들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과 그 의미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아울러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림 속에 담겨진 이야기들의 의미가 아주 다르게 재해석됨을 알았다.
특히 수많은 ’최후의 만찬’ 그림들이나, 식사전의 기도모습과 시장의 모습, 푸줏간의 역동적인 모습들...
이것저것 편식하지 않고 맛있게 그림들을 마음에 조금이나마 담은 것 같아 소화가 되는 것 같다.
처음 책을 보기전엔 소화가 되지않아 막힐것 같더니....

음식으로본서야의회화흐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