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은밀한 편지를 슬쩍 보는 것은 생각만해도 짜릿한 느낌이다.
편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관리비나 가스비 같은 고지서가 날라오지만 내 것 뿐 아니라 너의 것조차 비교하며 
은근슬쩍 보고싶은 호기심은 얼마나 발동하는지...... 사람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본성인가보다.
관음증? 이라고 해야되나..... 사생활 침해?라고 해야되나......

경제나 비즈니스에 관한 책들도 얼마나 많이 시중에 나오는지...
이런 류의 책들을 과연 사람들이 주목하기나 할까? 싶을 정도로 의문이 든다.
그 용어며, 그 말하는 문체며.... 고리타분하면서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런 선입견을 와장창 무너뜨린 소설 한권 <누가 내 블랙베리를 옮겼을까?> 를 읽었다.
비즈니스 소설이라고 하는데,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서간문 형식이다.
제목이 ’블랙베리’가 들어가길래 뭔가 싶어 궁금했다. 
과일 이름인가? 표지와 책 내용상 과일 이름은 아닌것 같고 찾아보니,


 


블랙베리(BlackBerry)는 2002년에 캐나다의 리서치 인 모션이 개발한 스마트폰이다. 
미국과 유럽의 비즈니스맨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130개국 이상 1,900만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블랙베리’라는 이름의 휴대용 무선 기기로는 1999년에 공개된 양방향 무선 호출기이나, 2002년부터 발매된 스마트폰
’블랙베리’가 현재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기기에는 푸시형 전자 메일, 휴대 전화, 텍스트 메시징, 인터넷 팩스, 웹 브라우저 
기능을 비롯한 몇가지 무선 정보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었다. 
특히, 블랙베리를 이용하여 휴대전화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무선 네트워크 환경에 접속하면 전자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PDA와 유사하게 주소록, 캘린더 서비스, 일정 목록 등을 갖추고 있으며, 휴대전화로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블랙베리의 큰 특징으로는 전자 메일 위주의 서비스에 적합하게, 손가락으로 누를 수 있는 쿼티(QWERTY) 컴퓨터 자판과 
유사한 키보드 단추가 내장되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다음 백과사전 발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참 기계치다. 눈에 확 띄는것은 역시 전자메일 주고받음이 가능하다는 것과, 컴퓨터 자판과 유사한
키보드 단추가 내장되어 있는 것.... 이것 "블랙베리"가 바로 이 책의 주된 문체형식이자, 의미전달도구이구나!!!



한 회사의  40대 중견 팀장인 마틴 루크의 삶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지난 몇년동안 마케팅 팀장으로 시작해 미국 비즈니스업계에서 영국인으로 짧은 시간내 CEO비서실 수석이사란
최고위 직급에 올랐다. 매주 목요일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자신의 인생과 사랑, 경영철학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열세달동안 진행된 칼럼에서 마틴은 자신이 주고받은 전자 메일을 공개한다.
그가 회사에서 맡는 업무와 관리,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 야심찬 리더이자 트랜드 결정자로 입지를 구축하는 과정...
모든 일정들과 대화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상의 이메일로 서로 주고받는다. 
이것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면 내가 너무 구닥다리인가?
하기사 요즘 왠만한 대기업에서도 시간과 인적 물적 재정들을 줄이기 위해 다 자료를 서식화하며,
메일이나 문자로 주고받는다고 하니 무리는 아니겠지.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작된 느낌. 그럼에도 왠지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입지적 인물인 주인공 마틴의 행동들은 완전 과장이라면???
출세를 위한 아부작렬, 그리고 자신의 출세에 도움이 될 사람에게 줄서기, 능력보다 겉멋에 치중하는 
인사관리(여비서와의바람), 목적과 수단 가리지않는 비열한 깍아내리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아도취와 신뢰,.....
사회생활 하면서 우리네 마음 속에 한번쯤은 가지게 될 법한 생각들과 행동들이 주인공 마틴 루크에 의해
대리만족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완벽해 보이지만 뭔가 부족함이 느껴지는 인간군상.
그래서 더 주인공에게 공감이 가고 정이 간다면 미움 받을라나???

컨설턴트 판도라와 진행하는 중급 관리프로그램과의 주고받는 이메일속 내용과 훈련이 사뭇 흥미로웠다.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게끔 이끌어준다고 하지만, 개인브랜드를 강화시켜준다고 하지만....
과연 이대로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정말 이룰수 있는지 의문점이 들었다.
자신의 가치??? 훈련되어지면 물론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근접할 수는 있지만, 달성할수는 없을 것 같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뿐 아니라 관계형성을 통해서 어쩌면 자연스레 만들어져가는 것이니깐.....



이 책 읽으면서 또 한번 역시나 몰래보기를 탐하는것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 중의 하나이구나 싶을 정도였다.
어쩜 이렇게도 재밌게 독특하게 잘 썼을까... 내심 감탄했다.
비즈니스 소설의 진면목들이 유감없이 드러났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견 간부가 자신의 사생활을 물론 회사내에서의 자신의 입지와 목표와 야망을 위해서라면 과감하게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듯 하는 얄팍한 수법들이 고스란히 보여주며,
정말 우리가 눈 씻고 봐도 모를 대기업의 두뇌들이 모인 상류층 간부들의 허세와 사치들을 조금 특이하게 
한 사람의 이메일을 통해, 블랙베리나 핸드폰 문자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때론 비열하게 비밀스럽게 벌어지는 협상들과 프로젝트.... 각 사무실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니,
흥미로우면서도 이 세상도 우리가 사는 작은 세상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아물러 이 시대 비즈니스맨들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지만 내심 씁쓸하기도 했다.
지금도 세상 밖 일류기업이라 칭하는 곳에서의 권력과 야망을 향한 사람들의 물길질이 한창임을 생각할 때,
새삼 승진(직급상승)이 진정 가족과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탐낼만한 것인가? 생각 들기도 한다.
그리고 세상에서의 인정받음과 가정에서의 아이들과 아내로부터의 신뢰의 무게중심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세상에서의 신분 상승을 위한 허풍과 아부 기질은 극에 달하고, 커가는 아이들은 점점 엇나가게 되고....
사회에서의 인정받음에 몰두해 있을때 아이들과의 관계는 회복불능 상태에까지 이르렀음을 보았다.
이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옳은것일까? 물음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