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다닐때 어린 마음에 여자 아이라서 칠판에 나의 이름이 안 좋은 쪽 즉 떠든 아이, 숙제 안 한 아이로 적혔다면
마음에 심한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난 소심하면서도 조용한 아이에 속한 편이라 딱히 칠판에 적힌 기억은 없다.
너무 평범하게 보낸 어린시절이라 딱히 기억에 남는 추억도 없음이 조금 섭섭하기도 하다.

<나쁜 어린이표> 음...... 옐로카드가 나온다. 
모든 운동경기엔 반칙을 하면 옐로카드(주의)가 주어지고, 더 심한 경우엔 레드카드(퇴장)가 나온다.
매를 절대로 들지 않겠다는 선생님의 굳은 의지이면서, 장난끼 다분한 아이들에게 심한 반발로 작용한다.
그 장난끼 많은 아이중에 이건우란 아이가 보인다.
장난끼 많지만 그래도 인정스런 아이. 심성 밝은 아이. 그러니깐 반장선거때 7표나 받았지.
그러나 건우가 나쁜 어린이표 스티커를 처음으로 받은 학생이 되고 말았다.





나쁜 어린이표는...
준비물 못 챙겨왔을때, 공부시간에 떠들었을 때, 욕했을 때, 싸웠을 때, 숙제 안해 왔을 때, 복도에서 뛰었을 때,....
받게 되어있다. 그리고 건우가 말하는 재수가 없을 때..... 역시 아이다운 솔직함이 엿보인다. 
그리고 몇일이 지나고 건우에게 좋은 어린이표보다 나쁜 어린이표가 더 많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가 말한 재수가 없을 때............
3장이 되었을 땐 당번이 아니지만 청소를 도와야했고, 5시까지 남아 수학문제 30개를 풀어야하는 벌이 주어졌다.

단지 특혜는 착한 어린이표를 받으면 나쁜 어린이표를 감해준다고 한다.
건우도 착한 어린이표를 받기위해....
일기를 꼬박꼬박 내는 것, 쓰레기 줍기, 발표, ........ 수첩에 적어본다.

아니.... 이런 아이가 어떻게 나쁜 어린이가 될수 있지? 너무 착한데....
엄마도 인정하고 친한 친구들도 주위에 많은데..... 
같이 떠들고 싸움박질하고 욕도 했는데 건우만 나쁜 어린이표를 받았다.
선생님의 나쁜 어린이표 기준은 도대체 뭘까?
어리지만 그 속마음이 얼마나 갑갑할까? 자기는 나쁜 어린이가 아닌데.... 딱 보이는 스티커로 인해 도장찍혀졌으니...
이유는 딱 하나... 어린 마음에 선생님이 공평치 못한 것.. 그래서...
"나쁜 선생님표"도 적어본다.



나쁜 선생님표 하나!!!!   고자질한 애한테도 나쁜 어린이표 줘야지요.
나쁜 선생님표 둘!!!!      싸움은 지연이가 먼저 시작했어요.
나쁜 선생님표 셋!!!!      저도 발표 좀 시켜주세요.
나쁜 선생님표 넷!!!!      창기는 떠든게 아니라 수학 문제를 물었을 뿐이예요.
나쁜 선생님표 다섯!!!!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아.
나쁜 선생님표 여섯!!!!   노란색은 싫어.
나쁜 선생님표 일곱!!!!   규칙을 마구 바꾸면 안되요.
나쁜 선생님표 여덟!!!!   창기가 왜 늦었는지 물어 보셔야지요.

아니... 이럴수가... 아이의 눈에 비친 선생님의 나빴던 점이 고스란히 눈에 다 보인다.
저것을 보고 약간 멍~~했다. 선생님의 나쁜 어린이표 기준보다 건우의 나쁜 선생님표 기준이 논리적인것 같아서...
보고 느낀것을 나열한것 보니 역시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솔직함이 참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뜨끔한다. 만약 아이의 눈에 비친 "나쁜 엄마표"가 있다면 난 울 효진이에게 몇개의 나쁜 엄마표를 받을까?
하고 생각해보니 아찔하기도 하다. "좋은 엄마표"보다 "나쁜 엄마표"가 더 많지 않을까싶다.




교내 과학경진대회가 있다. 3명의 아이들이 나가는데, 과감하게 손을 든 아이 건우.
마냥 떠드는 아이일줄 알았는데, 이런 의외의 모습도 있다니... 
무궁무진한 아이들의 잠재성... 모르고 넘어갔다면 그 아이의 재능은 재능대로 묻힐 뻔 했는데...

꽤 비싼 과학상자는 엄마로서는 여간 부담스럽다. 아이와 말 잘 통하는 아빠가 맘을 알고 사왔다.
아빠의 일주일 용돈이란 말에 아이의 마음은 또 운다.
자기를 생각해주는 아빠를 위해서 아빠의 구두를 닦는다.

마음이 뭉클해진다. 아이도 마냥 생각이 어린것만은 아니다란 생각이 든다.
아이도 자기를 위해주고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만큼 자란 것이다.
10살... 아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 운다. 
더이상 아이는 철부지가 아니었다. 

철부지 아이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어디에서든 기고만장할 수 있음에 한 표~~~~
아이는 자기를 믿는 사람의 믿음의 크기만큼 자라는 법이니깐......




의기양양 과학상자 때문에 기고만장한 아이 건우... 그러나 건우 때문에 과학경진대회를 망쳐버린 경식이.
하루하루 나쁜 어린이표를 받는 건우였지만, 건우로 인해 처음으로 나쁜 어린이표를 받은 아이 경식이...
비 오는 날, 두 아이의 실랑이를 벌이며 싸우던 내용이 참 마음 아프게 한다.

"내가 나쁜 어린이표를 처음 받던 날, 그걸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도저히 그 기분을 알 수 없어요.
나처럼 경식이도 하루를 몽땅 망친 건 사실이었어요"

나쁜 어린이표를 처음 받은 경식이를 생각하는 마음도, 
나쁜 어린이표를 제일 많이 받은 창기의 기분도 헤아리는 마음도....
너무 이쁜 아이 건우.

그의 눈에 띈 노란스티커 뭉치들,
그를 힘들게 하고, 아이들과의 관계도 서먹하게 만드는 노란스티커, 선생님을 밉게 만드는 노란스티커....
변기속으로~~~~ 그리고,
건우의 "나쁜 선생님표" 수첩이 선생님의 손으로......




선생님과 건우의 비밀을 하나씩 공유하게 된 것이었다.

건우의 "나쁜 선생님표" 수첩으로 인해 선생님은 더이상 "나쁜 어린이표"를 아이들에게 붙이지 않겠지.
아니 붙이더라도 더 논리적인 기준과 공평한 잣대가 마련되어지겠지.
 
"네 덕분에 애들을 가르치기가 더 힘들겠구나" 처럼.....

건우도 선생님의 바램대로....
"2학기 땐 반장이 될 수 있기 바래, 그래서 반을 이끈다는 게 어떤건지 알아보렴"
반장이 됨으로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


참 흥미로웠고, 생각이 깊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반드시 선생님들도 읽어봐야 될 책이지만,
아이를 둔 부모들도 읽어봐야 될 책임은 분명한 것 같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통이 어긋났을 때 얼마나 그들은 서로에게 상처가 되고, 상처를 주는지.....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게끔 하는 책인 것 같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마찬가지겠지.
타당한 이유를 들어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건만, 
부모란 이유로 그 권위를 아이에게 마구 휘두르며 강압적으로 아이에게 다가설 수도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특히, 만약 나의 딸 효진이가 나에게 "나쁜 엄마표"를 나름대로 수첩에 적는다면... 난...
효진이에게 얼마나 신임을 잃었을까!! 하고 덜컥 겁부터 난다.
그러기전에 효진이에게 엄마로서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나쁜 엄마표’를 받더라도 ’좋은 엄마표’를 더 많이 받아 만회해야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