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는 낯설다. 재미보다 뭔가 여운이 남는 듯....

몇년전에 본 <슬럼독 밀리어네어>라고 전 세계를 감동시킨 특별한 퀴즈쇼!

스토리의 뭉클함과 함께 지리적 배경이 된 인도 문화와 관습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예전에 KBS 1TV '리얼체험-세상을 품다' 에서 본 인도의 이색직업 중 하나인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라 부른다.

인도 뭄바이 시내, 점심때면 하얀 모자를 쓰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다바왈라들.

각 가정에서 받은 도시락을 일터까지 배달해주는 도시락 배달부 다바왈라는 뭄바이에 약 5천명이 있고,

이들은 하루 약 15만개의 도시락을 배달한다.다바왈라는 뭄바이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빠르고 정확하게 배달해야 하기에 기차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달리기는 기본, 계속해서 등장하는 계단도 뛰어 올라가야 한다. 종일 걷고, 달리고.... 인도인들의 바쁘고 고단한 하루 일상을 아주 잘 엿볼 수 있었다.

그 일상 속에서 점심 한 끼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삐름과 정확성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도시락이 잘못 배달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여기에서부터 시작된 영화, <런치박스>이다.

중산층의 평범한 주부 일라는 소원해진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남편에게 배달 되는

점심 도시락에 맛있는 요리와 함께 쪽지를 넣는다.
그러나 그녀의 특별한 점심 도시락이 정년 퇴임을 앞둔 중년의 외로운 회사원 사잔에게 잘못 배달된다.
다음 날 또 다시 남편의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며 점심 도시락에 편지를 넣어 보내는 일라.

도시락 통 속 쪽지를 통해 잘못 건네진 줄 알게 되지만, 계속 사잔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어느새 친구

관계를 넘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잔과 일라의 공통분모인 고독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삶에서 소통되지 못하는 불완전함은 어쩌면 다른 곳에서의 해결점을 찾으려하는데.....

그 해결점의 접점이 사잔과 일라가 서로에게 끌리는 묘한 우연이 아니었을까?

매일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일과 사람을 만나길 꿈 꾸는데.....

사잔과 일라는 위로받고 싶고, 기대고 싶다.

일상적인 일을 이야기하고, 묻고, 걱정하고...

참 평범하면서도 보통의 일들인데 이들은 소외되었다.

도시락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진 편지를 아이마냥 들뜬 마음으로 읽는 장면에서

우리가 얼마나 각박한 삶에서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알게된다.

중산층 부인의 하릴없는 일탈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얄굿다.

어느 누구에게나 이런 날들은 있기에....

 

 

 

 

바쁘고 무관심한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고 사잔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일라의 마음은 더

걷잡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사잔과 만나기로 약속한다.

사잔의 삶에 생동감이 넘친다. 젊어지는 것 같고, 얼굴에 광채가 나는 듯.....

그리고 유명한 후임의 한 마디가 삶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이 문장은 <런치박스> 끝부분에 일라의 고백에서도 나온다.

아이의 그림 속에서 알게 된 총생산지수 말고 총행복지수만 따지는 나라 '부탄'

그 '부탄'이란 곳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길 원하는 복선에 마음이 아려왔다.

간절히 원하지만 다 가질 수도, 갈 수도 없는 사람과 장소의 아이러니.

잘못 탄 기차 속의 일라와 사잔. 엇갈렸지만 운명이라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애초 작정한 길에서 돌아왔고, 다시 그들의 삶을 살겠지만....

 

혹시나 하고 생각했던? 사잔과 일라의 일탈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여전히 그리움과 설레임, 아쉬움이란 단어는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도에 지나치지 않는 담백한 결말이 좋았던 영화 <런치박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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