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좋아서 실컷 하늘만 찍는 날도 있고,

구름이 멋져서 구름만 찍는 날도 있고,

구불구불 산숲으로 이어진 길이 마음에 닿아 길만 찍는 날도 있고,

앙증맞은 꽃의 매력에 빠져 꽃만 찍는 날도 있다.

그러나 오늘은.....

그저 산이다.

불그스름한 2013년 가을 산빛을 내 시선에 담고 싶어서......

 

바람 한 점 부니 잎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떨어진 잎들 사이 사이로 앙상한 나무들이 기울어 서 있다.

산 저 멀리까지 내다볼 수 있고, 올려다볼 수 있었다.

울창한 숲이 벌거숭이가 되었다.

오롯이 바람까지 온 몸으로 맞이해야한다.

낮고 야트만한 산이 다 보였다.

 

바람 소리가 세차다.

아직12월은 곁에 오지 않았는데,

11월의 바람 소리가 괜시리 얄궂다.

춥다... 춥다......

온 몸이 움츠러드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바람은 불었고,

인적은 드물었지만....

산의 색감은 완연한 가을빛이었다.

저물어가는 색감......

분위기 있는 색감...........

찬 바람에도 아주 잠시...

햇살이 나무와 나무 사이 비춰 맞이한다.

그 햇살이 따뜻해 오롯이 산을 더 자주 바라다본다.

 

산, 겨울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