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초월한 타임머신을 탄 듯 흥미진진한 소설이 또 등장했다. 
얼마전 천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중국의 한 고위관리가 독일에 떨어져 37통의 편지를 자신이 살던 시대에 보내더니
(천년의 여행자) 이젠 공간은 그대로이면서 180년이란 시간만이 지나 에도시대의 한 사무라이가 휘황찬란한 도쿄에 턱하니 
떨어졌다. 허름한 사무라이 복장에다 더 특이한 것은 ’촌마게’라고 에도 시대의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올리고.......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180년이 지난 현재 2006은 그 당시의 사람이 이해하기도 이해할 수 없는 빠른 시간의 흐름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빠져버렸으니 그저 황망할 뿐....
에도시대 사무라이와 범상치않은 인연이 된 싱글맘과 그녀의 아들.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그들만의 기막힌 동거가 시작된다.






책에서는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혼자 키우는 싱글맘의 힘겨운 삶들이 나온다.
그리고 모든 사회가 그렇듯 한 개인의 사적인 생활과 힘듦을 공유하려들지 않는다.
공과 사는 엄격하게 구분되는 사회..... 육아와 가사, 사회생활까지 다 감당해라고 하는 슈퍼맘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아이는 아이대로 혼자만의 우울한 방에 갇혀지내고, 엄마는 엄마대로 피곤한 몸과 마음들을 쉬이 눕히게 될 곳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 요즘의 현실인 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에도시대 사무라이 야스베가 나타나면서 싱글맘 히로코와 아들 도모야에게 또다른 삶이 펼쳐졌다.
역할공유였다. 동거가 시작된만큼 역할분담은 당연지사.
야스베가 집안 일(요리, 청소, 빨래....)과 도모야를 돌보는 것으로 늘 힘겹게 살아왔던 히로코네 집에 활기가 넘쳤다.
히로코는 더이상 아이 걱정없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었다.
진정한 여유와 행복이 이런 것이 아닐련지 생각해본다.
혼자 감당해야 되는 매일이 버거운 삶들이지만 그럼에도 시간적인 틈(아이를 위한 틈, 나 자신을 위한 틈)을 조금이라도
허락되어 지는것만으로도 팍팍하고 고됨에서 조금은 멀찍이 서 있어도 될 것 같은데.....
시간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인데, 시간의 노예가 된 것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촌마게푸딩 도대체 뭔지 궁금했다. 입 속에 살살 녹는 부드럽고 감미롭게 넘어가는 푸딩맛은 알겠는데.
촌마게푸딩이라....... 촌의 한 마트와 비슷무리한 곳에서 파는 푸딩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푸딩과 촌마게라..... 언뜻 제목이 잘 매치가 되지 않았지만 책을 조금씩 읽어나가서야 이해되었다.
바로 촌마게 한 야스베가 만든 푸딩이었다. 칼을 쓰는 무사출신이라서 그런지 어김없이 주방에서 요리실력이 바로
입증되어졌다. 그리고 급기야는 요리대회에 나가 1등을 하면서 마음에 꺼림칙한 유명세를 탔지. 
그리고 늘상 함께였던 히로코와 도모야는 그의 기억속에서 차츰 잊혀지기 시작하고....
어떤 음식이든지 그의 손을 거치면 환상적인 맛이 되는 것이다.
특히나 푸딩은 그가 처음 왔을때 가장 감동받은 첫 맛이었기에 더더욱 잊혀지지 않았던 맛이었나보다.
도모야도 야스베가 만든 푸딩을 가장 좋아했으니깐......

그저 시간을 거슬러 오게 된 180년 이후의 세상, 어떻게 왔는지 또 어떻게 되돌아가야할지 막막한 상황속에서
그래도 삶의 시간은 180년전 사람에게나 지금을 사는 사람에게나 동일하게 흘러가고 있다.
돌아갈려고 수많은 길들을 왔다갔다 해보지만 오히려 미궁에 빠져들었고, 그냥 삶 속 녹아들어갔을 때
그리고 그 삶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재발견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다시 행복해졌을 때 돌아가는 길은 어느순간
나타났다. 그리고 에도시대 사무라이 그는 더이상 2006년의 사람이 아니라 180년전의 에도시대의 사람으로
사랑하는 가족, 기다리는 가족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그의 흔적이 더이상 며칠이 지나도 없었으니깐.....

아무리 부와 영광의 자리가 좋다고 하지만,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늦어버린 것임을
<촌마게푸딩>의 야스베를 통해 느꼈다. 그가 있어야 될 곳은 사람들로부터 받는 영광의 자리가 아닌 여전히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히로코와 도모야에게였으니깐.... 첫 인연과 첫 마음이 있는 자리로 되돌아왔을 때 그는 진정 자신이 가야 될 곳을 
찾은 것이었다. 관계회복이 이렇게 중요하게 와닿았던 적이 있었는가?
엄마의 자리와 아빠의 부재에서 고뇌하는 아이 도모야에게서 야스베는 진정한 아빠였던 것이다.
바쁜 엄마와 더이상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는 엄마의 자리와 아빠의 자리를 너무나도 잘 감당하는 야스베를 의지했음을
알 수 있었고, 아빠로 믿은 야스베와의 관계와 소통이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을 때 아이의 불안함과 절망감이 아이의
잃어버림을 통해 절절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촌마게푸딩>은 아이와 남자를 끈끈한 유대감으로 이어주는 사랑과 관심 그 이상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가 아니었을까!!! 에도시대 파티쉐 야스베.
어느 에도시대 분위기가 풍겨지는 고즈넉한 곳에 다다르게 되면 촌마게푸딩이란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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