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죽음, 스릴러, 꼬임, 회복과 반전, 따뜻함.... 모든 내용들을 아우르는 타고난 이야기의 연금술사
’기욤뮈소’를 그렇게 부르고 있지 않나 싶다.
누구나 다 알게되는 진부한 그렇고도 그런 사랑 이야기들....
그렇지만 그의 손을 거치게 되면 진부한 사랑도 어느새 울림이 있고 사람 사이 회복이 있는 사랑으로
바뀜을 그의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심각한 죽음을 다루면서도 어느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 섬세한 이야기의 끈들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의 글감들은 여전히 무궁무진함을 느낀다.
어느 한 작가의 책들을 여러권 보게되면 그의 문체와 이미지가 머릿속에 각인되어지 고, 진부한 것을 넘어서
타성에 젖게 마련인데 계속 그의 책들을 보게 되는 이유는 그만큼 중독성 있는 그 사람만의 독특한 문체에
빠져서 나올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기욤뮈소’가 바로 그런 작가 중 한명이 아닌가 싶다.


기욤뮈소의 책을 보면 항상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다 봐야겠다는 뜻하지 않는 끌림이 있는 것 같다.
전개되어지는 이야기 속은 어찌보면 뻔한데, 그럼에도 끝까지 봐야만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바로 결말의 반전이 처음 예상했던 이야기들을 엉뚱한 방향으로 꼬이게 하면서 이야기의 주제가 결말과 함께
수면위로 오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선집중~’ 하게하는 그 반전의 묘미에 이끌려서 중간에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통속적인 작가라고 한마디씩 하지만, 통속적인 작가면 어떻고 샌님같은 작가면 또 어떤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사람들의 상처난 마음 언저리 한 부분들을 터치해주면서 진지하게 생각지도 못했던 삶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게 하였다면 그것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의 역할을 충분히 한것으로 본다.






기욤뮈소의 <그 후에>는 죽음에 대한 성찰이 진지하게 다가오는 소설인 것 같다.
누구나 태어나면 죽는다. 
단지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각 개인의 몫인데, 이 죽음을 놓고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충격적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람이 ’메신저’란 이름으로 내 곁에 있다면 얼마나 불안한 마음일까?

물에 빠진 여자친구를 구하려다 죽음 직전까지 간 후 구출된 한 남자, 네이선.
빵빵한 변호사 가문 여자 친구 말로리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아줌마의 가난한 아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 사고이후 더 끈끈한 사랑과 정으로 부부의 인연을 맺지만 순탄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한 사위로, 남편으로 인정받기 위해 열심히 뛴 결과 
맨해턴의 가장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에겐 언제나 가정은 뒷전이었고
출세를 향한 권력욕과 집착들만이 있었다.
아들 션의 예기치 못한 죽음과 여전히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맞지 않아 이혼.
그리고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라고 찾아온 의사 굿리치와의 탐탁치 않은 만남과 사람들의 연이은 죽음.
네이선 자신에게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견하면서 주위와의 관계회복에 들어간다.
기세등등한 장인에게 들은 과거의 회복과 눈물 겨운 연민, 무너졌던 가정(딸 보니와 아내 말로리)의 회복,....

다가올 죽음을 알고 그 죽음을 준비하는 자의 의미심장한 결연한 모습들과 아울러 인간의 마음 깊숙히 내재된
연민들을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 앞에 선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삶임을 또 한번 느끼게 된다.
남은 가족들에게 더 당당하게 보이려고 하는 모습속에서 오히려 가장 나약한 인간의 모습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럼에도,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 것.
바닷물도 그 사랑의 불길 끄지 못하고,
강물도 그 불길 잡지 못합니다" (p286)

자신의 죽음보다 더 애틋하게 사랑을 감싸안는 부분들 또한 사랑 앞에서 죽음을 거스를 수 있다면 하고자 하는 
마음의 상반된 심리들도 보이는 것 같아 안쓰럽다.






영화 "식스센스"가 떠오른다. 반전영화의 백미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역시나 나도 반전영화 하면 ’식스센스’가 제일 먼저 생각날 정도이니깐....
저명한 심리학 박사이면서 의사의 총상 그리고 죽은 사람의 영혼이 보인다는 한 아이와의 상담을 위한 만남.
그리고 아이와 상담을 했던 의사도 결국 죽은 자였던 것.....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반전이 압권이었던 영화. 
죽음이란 내용과 그 속의 반전의 대열에 기욤뮈소의 책 <그 후에>도 필적할만하지 않을까 싶다.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인 의사 굿리치가 네이선을 방문한 목적은 네이선의 죽음이 아니라,
메신저 네이선을 방문한 것이었던 것, 즉 네이선이 죽는 자의 명단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라 그는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저 세상으로 가는 준비를 시키는 사람이라고 확인시켜주고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는데 너무 앞서간 네이선.... 
새로 메신저가 되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주어지는 임무는 자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이라고 한다.
"말로리의 머리카락에 하연 빛이 둥그렇게 매달려 있었다" (p410)
그랬다. 죽음이 예정된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아내 말로리였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자신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이 죽을 운명에 처해져 있음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밀려들어올까? 죽음을 예견하는 메신저일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또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일까?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
지나왔던 과거를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다시 사랑을 하고 받아들이는 시점에서 마주하게 될 또다른 죽음의 얼굴.
아프지만 그럼에도 담담할 수 있는것은 어쩌면 현재의 그들이 지금 서로를 향하고 원하고 있다는 것... 
현재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해 서로를 향해 충만하게 사랑한다는 그 자체.... 아닐까.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면서 더욱 서로를 따뜻하게 단단하게 묶어두는 힘.
이 힘 때문에 죽음은 사랑 앞에서 어쩌면 극복의 대상이 아닐련지......

"엄마, 아빠를 힘껏 안고 있던 아이가 물었다.
우리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할까?
보니가 아주 어릴때 세 식구가 개발한 놀이였다.
세 사람은 아주 가까이 모여 어깨동무를 하고 ’꽃이 졌습니다’하고 말했다.
그리고 어깨를 풀고 밖으로 나가면서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쳤다.
그들은 놀이를 세번, 네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했다.
꽃이 졌습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 졌습니다. 꽃이 피었습니다.
얼마 있으면 영원히 빈자리가 생길 이 가족을 하나로 단단히 묶어주는 아주 단순한 놀이." (p396)

아주 단순한 놀이 속에 가족의 행복이 있다는 것....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아주 사소한 곳에, 단순한 곳에 있지. 그리고,
죽음이란 빈자리도 이 단순한 놀이 속에 합류된 지극히 단순한 놀이의 일부가 아닐까?

기욤뮈소, 죽음, 가족, 행복, 식스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