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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같은 사랑’이 정말 있을까?
육체를 탐닉하지 않고, 서로를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사랑이 있을까?
사랑의 감정에 대해 유리파편처럼 섬세하게 그려놓은것도 그렇고, 사랑에 대한 마음의 감정까지
터치해나가는 부분도 그렇고.....
읽는 내내 책 속 주인공 누경이 되어서 그 감정에 아파하고, 아쉬워하고, 연민의 情을 느꼈다고나 할까?
사랑에 대해 열병을 앓을만큼 강렬하지도 않게 한 여름의 빗방울 스며들듯 사랑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얽매이게 될까봐 구속이 될까봐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性情이 아쉽기도 하고....

열여섯살 어릴때 찾아온 사랑과 함께 늘 부담이 되어버렸던 아버지란 이름의 자리.
무서운 아버지는 자라는 내내, 돌아가시고 난뒤에도 여전히 현실과 꿈 속에서 또렷이 살아있었다.
"센베과자의 파래향"의 향수~~~
아버지와의 교감을 여전히 이어주는 다리였고, 첫사랑의 기억을 오롯이 뇌리에 박히도록 하는 매개체였지.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교육받은 그녀였기에 뒤따라 다니는 아버지의 그림자는 삶에서 지워버리고 싶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
왜냐구? 그녀가 너무 깊게 사랑하는 그가 바로 아버지의 성향을 많이 닮았거든...
옷 입는 폼새도 그렇고, 무엇보다 센베과자를 무척 좋아하니깐...

그들에게 일탈은 그냥 삶의 한 부분이었다. 겉으로는 부도덕한 관계지만 그들에겐 나름의 변명만 있을뿐이었다.
보고싶기에 더욱 참는 그들의 사랑,
그 참음의 인내를 통해 만나게 될때의 기쁨의 포옹은 그들을 완벽한 사랑으로 묶어주었다.

몇년의 세월이 이들을 정신적으로 사랑하게 묶어둔 것일까?
그리고 20살 차이의 숫자에 불과한 사랑의 틈바구니 속,
그 세월만큼이나 여자에겐 마음의 벽이 존재한 것일줄 모른다.
자신의 공간 속에서만 머물기를 원하는..... 새로운 만남은 삶 속에서 자신의 자유와 고독을 방해하는 것...
다른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들어오기를 거부하는 굳은 마음의 거미줄을 덧씌우는 그녀...
위태로워 보이고 안쓰럽기까지 한다.
그만큼 그녀가 원하는 사랑이 고립적이어야만 하는지.....
혼자만의 동굴에 갇혀있길 원하는 그녀, 유독 유리공예를 취미를 삼은 이유를 알것 같다.
정교하리만큼 심혈을 기울여 집중해야만 되는 날센 유리공예.
그 손끝의 흐트러짐 없는 집중의 인내와 노력에서 좋은 작품이 나오듯,
사랑도 할려면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면 다치지 않는다는 말이 마음의 큰 울림으로 남는다.

그와 그녀의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랑은 요즘의 인스턴트 사랑 같을수도 있지만,
사랑의 진정성과 여운만은 오래 남는 것 같다.
사랑엔 답이 없겠지. 그러나 사랑을 할때는 정말로 이들처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얼핏 들기는 했다.

"풀밭 위의 식사"는 여자가 원한 소박한 삶의 일부분이 아닐까?
고독의 거창한 이름으로 열렬하게 수년을 사랑하던 남자의 그림자는 과거 속으로 잊어버리고,
어린시절 아버지로 인한 상처와 기억들로부터 떨어져나온 파편들로부터의 안녕~
또 다른 사랑과 삶을 향해 마음을 여는 평안함과 기쁨의 만찬,
마음 맞는 좋은 사람들과의 교제의 만찬 아닐까?

깨어진 유리조각들을 다시 이어붙이는 작업을 통해 점차 회복되어져가는 그녀를 본다.
그녀의 다시 찾은 미소와 평안함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