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새해는 밝았고, 연일 메스컴에서도 새해의 다짐과 소망들로 꽉찼다.
나도 거창한 계획은 아니지만, 새해 마음을 다지기위해 KBS 신년기획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다시금 마을을 가다듬어본다.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적재적소의 맞춤형 프로그램을 본다는것은 쉬운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새해인만큼 새로운 마음을 갖기위해 난 오늘도 다큐멘터리 한편으로 마음 문을 열어본다.

"겨울동강, 세 마을 이야기"이다.
신년기획인만큼 좋은 프로그램인것 같아 자연스레 눈과 귀가 솔깃해졌다.



겨울의 동강은 더 깊은 물살을 드러내지않고 야트막하게 흘러내려갔다.
살얼음이 언 곳도 있었지만, 그래도 새해라고 하얀물살도 드러내주었다.
높은 산에 둘러싸이고, 골 깊은 강이 유연하게 흐르고 있는 가장자리에 듬성듬성히 모여있는 집들이 보인다.
가정마을, 가수리, 모운동 마을이다.

산골 마을의 겨울은 더욱 춥다.
바빴던 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겨울이지만, 그래도 한가할 틈이 없다.
겨울이 더욱 길게 느껴지는 산골이기에 어쩌면 겨울이 더 바쁠수 있다.
겨울 추위와 싸워야하기에 장작더미를 패고 쌓아두고, 
겨우내 소들 여물은 빠짐없이 챙겨주면서 가끔씩 밖의 햇빛도 씌어줘야 하고......  
산골마을의 가장 중요한 일과들이다.



그리고 겨울은 비로소 이웃과의 정(情)이 새록새록 드는 계절이다.
많은 가구들이 산골을 떠나 도시로 나갔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사랑방이란 이름으로 모일 수 있는 때가 겨울이기에 어쩌면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애틋할 수 있겠지.
한참 분주했던 계절이 뒤로 밀려나고, 산골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눈다.
음식이 빠질수가 없겠지.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 다 음식이다. 강에 돌틈에 자고있는 물고기를 깨우고, 어죽을 만들어먹고,
밭의 채소를 캐다가 배추전도 부쳐먹고,
더없이 긴 겨울밤엔 노부부의 서먹하면서도, 말 한마디 없이 눈으로만 봐도 서로를 알고있다는 
세월의 흔적이 살포시 지나고 있고...

그렇게 시골에서의 겨울은 모자람도 더하지도 않고 그들만의 시계추에 따라 지나가고 있다.

 
(사진출처: 다음카페 ’삼산사랑방)

폐광촌 마을 모운동 마을은 더 활기가 넘쳐보였다
30여년전의 찬란했던 마을의 활기를 다시 불태우기 위해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의 살고 있는 마을에 대한 사랑이 넘쳐보였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벽마다 20여점의 동화같은 그림들이 그려져있고,
눈에 띄는 아름다운 모빌들과 장식들이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대하게 만들었고, 
더욱 기억나게 만드는 그들의 거창하지 않은 솜씨속에서 그들의 열정을 보았다.
폐광된 갱에는 물이 가득차 있었고, 이 물을 끌어다가 폭포를 만들고 그 흐르는 물에서 만들어지는 멋진 장관...
고드름이 인공폭포에서 만들어졌고 옆의 나무가지에서조차 눈을 뗄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음조각이 만들어졌다.
이런 노력과 세심함 때문인지 모운동 마을은 산골마을이란 천혜의 자연환경속에서 변해가고 있었다.



동강 주변의 바위틈에서 자라는 한국의 특산 식물인 "동강할미꽃"
겨우내 잘 견디고 4월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나, 동 식물이 살아감이 있어서나 기다림은 매한가지 아닐까?
좋은 열매를 맺기위해서 준비하는 인고의 과정이 있어야만이 비로소 결실의 단맛을 보는것이니깐...

겨울동강을 터전으로 살고있는 세 마을의 소박한 사람들 역시 그들의 방법으로 또다른 새해를 준비하며,
또다른 삶을 살아가겠지. 
자연과 벗삼아, 있는 그대로의 모습속에서.....

그들에게 새해소망이 무엇인지 물어본다,
어린아이나 어른들 모두 한 목소리로 한해 모두가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의 바램이 너무 소박해보인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환경속에서 어우러져 살다보니 욕심의 틈이 비집고 들어올 수 없었겠지!!!
욕심없는 그들의 삶이 어쩌면 자연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원동력이 아니었나싶다.

그들의 삶이 부럽다.
욕심없는 삶이 부러운것이 아니라,
자연속에서 유유자적할 수 있는 그들의 삶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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