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도리어 피로감마저 쌓인다.
새해가 밝았다. 당찬 기대감으로 새롭게 시작해야 될 때 난 왜 이렇게 허전할까?
사람이 들어온 자리는 잘 몰라도 나간 자리는 확연히 표가 난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너무 일찍 갔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여름방학마냥 무작정 오래 있으라고 할수도 없다.
아이의 바쁘게 주어진 스케줄 때문에....
집에 들고 온 짐보따리보다 더 가벼울 것인데, 허걱~~ 더 무겁다.
아마 마음 한구석의 휑함과 허전함이 더 가중치로 몰려와서 그렇겠지.



아이들끼리 부산까지의 시내버스를 태워주고, 버스 가는 길목에 서서 창 너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예슬이가 보인다. 아울러 아이들과 함께 지낸 일주일의 삶이 지나간다.
아이들에게 저번 여름 방학때처럼 맛난 것 제대로 해주지도 못했는데....
내 마음이 서운함을 느낀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섰는데, 효진이는 울고불고 난리고,
집 곳곳엔 아이들의 물건이 하나씩 보인다. 
은진이에게 용돈으로 준 3만원도 나의 청반바지 옷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네.
언니가 전화온다. 은진이가 이모인 내가 준 3만을 옷 속에 놔두고 왔다고...
다시 통장으로 넣어줘야 되겠지. 
지지배~~~ 이것은 잊지 않네.ㅎㅎㅎㅎ~









이렇게 아이들의 재롱잔치에 가까운 내복패션 핫이슈들이 집안 가득 메우고 있는데....
집안이 휑하다. 갑자기 분위기 다운.....


효진이 아빠는 조용한 성격이라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이런 분위기 완전 적응했다.
난 아직인데....
떠들썩한 분위기, 가족적인 화기애애한 분위기.... 참 좋아라 하는데...
자라옴에서 환경이 주는 생각들이 참 표나게 다름을 느낀다.
효진이 아빠는 집도 좁은데 형제 많은 4남매 속에서 뽁닥뽁닥하게 살아왔기에
 어쩌면 자신만의 시간과 조용한 공간이 은연중에 필요했을 것이고,
난 언니와 나 이렇게 단 둘이서 조용하게 살아왔기에 부지중에 형제 많은 집이 부러웠겠지.
나의 이런 맘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아이들이 가고 난 후 몇시간이 지난 지금은 또 아무렇지도 않는것 보면.....
이래서 난 감정이 즉흥적인가 보다. 기복이 심한가보다.
첫 감정에 슬퍼하고, 싫고, 허전해하고, 미워해하고....
그리고 이 시간이 저만치 비켜져 있으면 괜찮아지고......
자기조차도 모르는것이 마음인가보다.



새해가 밝았지만 막상 어제 텔레비젼에서 들은 제야의 종소리를 뒤로한채,
2010년을 또 어떻게 잘 보내야될지 계획한것이 없다.
항상 똑같다. 새해가 시작되어도, 한해가 마무리되어도......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고....
그럼,
아이들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럼 새로운 마음과 각오로 2010년 우리 가정의 새로운 목표들과 실천사항들을
하나씩 수첩에 적어내려가 볼까???
어김없이 새해 돌아오면 새해나 헌해나 별것 없다고 생각한 나....
새삼스레 안 하던 짓(?) 좀 해볼까나????

유달리 새해의 첫 달도 꽉 찬 보름달이다.
첫 해는 보지는 못했지만, 첫 달을 보니 새로운 기분이 마구 든다.
매일 보는 익숙한 달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보니깐 저 꽉 찬 보름달이 얼마나 예쁘고 탐스러운지 지금 알았다.

생각이 사람의 마음 씀씀이를 바꾸는가보다.
조금 모나고, 볼품없고, 모자라더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법이니깐....
수첩을 기냥 덮는다.
딴것 없네. 마음을 곱게, 알차게, 튼실하게 갖자.....
거창한 계획은 아니지만, 이 마음 먹은대로 되어지는 것이 또 삶이 아니던가.....
2010년엔 내 마음을 한번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2010년 마지막 날엔 그 마음 먹었던 것들이 제대로 결실을 맺었음 좋겠다.

은진이예슬이, 그들만의재롱, 허전함, 새해마음다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