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새로 출간된 ’토지’ 21권을 사 놓고도 손대지 못하다가, 2년 만에 읽기에 도전하여 40일만에 완독했었다.
400여쪽의 토지 한 권을 하루 혹은 이틀만에 읽어내느라 밤을 새워가며 읽었다. 그러다보면 눈이 아파서 잠시 눈붙였다가 깜박 잠들어 밤새 불을 밝혀두기도 서너 번. 날 새우고 아침밥 되는 사이에 잠들어 아이들 학교에 지각시킬뻔 하기도 두어 번이나 했었다.

40일의 완전 몰입으로 토지를 완독한 날은 2004년 3월 10일 수요일 오전 10시 37분이었다. ’토지’ 21권 읽기에 도전한 40일간의 독서가 마감된 시간이라 기록을 남겼었다. 아~ 그때의 감동과 감격을 글로 풀지 못하는 나의 모자람이 원망스러웠었다. 작가가 25년에 걸쳐 써 낸 작품을 40일만에 읽고 끼적이기엔 너무 송구스러웠다. 그래서 감동을 좀 더 숙성시킨 후에 감상을 남기려고 했으나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내가 토지를 처음 접한 건 최수지가 '최서희'역으로 나왔던 TV드라마였다. 21권으로 완간된 책을 40일만에 읽은 감동은 굉장했었다. 토지를 읽는 동안 정말 손에서 내려 놓을 수 없는 힘이 나를 이끌었고, 토지를 향한 우리 민족의 뜨거운 사랑은,  바로 토지가 그들의 목숨이었다. 1897년부터 1945년 해방의 그날까지 하동 평사리에서 서울과 간도, 일본을 넘나들며 600여명의 등장인물을 뒤엉켜진 실타래를 풀듯 풀어나간 위대한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토지’에서 만나는 인물들과 역사관에 ’박경리’선생의 대가다운 면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박경리 선생은 2008년 4월 25일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5월 5일 영원히 눈을 감으셨다. 2007년 7월 폐암선고를 받은 후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셨던 분이다. 우리시대 최고의 문학산맥이었던 그분은 평생의 역작이었던 ’토지’를 남기셨기에 편히 눈을 감았으리라. 이제는 다시 뵐 수 없는 분이기에 남겨주신 작품으로만 만나야 하리라.


2001년 11월 11일, 일명 빼빼로데이에 하동 평사리에 최참판댁을 복원 조성하고, 제1회 토지문학제 시상식이 있던 날~ 광주시교육청에서 주관한 각급학교 어머니독서회를 위한 문학기행으로 나는 그 곳에 가서 박경리씨를 보았다. 당당한 여장부 박경리씨의 모습은 함께 온 박완서씨와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공식적인 축사 외에는 별 말씀이 없으셨지만 포스가 온 몸으로 느껴졌었다. 이제 날이 새면 원주로 간다. 이질녀 딸의 돌찬지를 핑계 삼아 지척에 있다는 토지문학관과 토지문학공원을 둘러보려고...

’토지’는 내가 사는 동안 10년주기로 다시 읽어보려고 맘 먹었으니 앞으로 두세 번은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가져본다. 아마도 평가를 유보한 토지에 대한 감상은 두번은 읽어야 말할 수 있을 듯.....

토지, 박경리, 나남출판, 토지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