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꿈꾸는 마을도서관이 드디어 실현되었습니다.

2011. 10. 6 작은도서관 등록 신청서를 관할 구청에 접수하고
2011. 10. 20 구청 작은도서관 담당자가 실사를 나왔고,
2011. 10. 24 <늘푸른 작은도서관>으로 등록증이 나왔습니다.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에는 <도서관법 시행령>에 의해 의무적으로 작은도서관을 설치하지만
단독주택을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한 건, 우리구에서는 제가 처음입니다.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할 수 있는 조건은
전용면적 10평 이상, 장서 1,000권 이상, 열람석 6석인데 우리서재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우리집에서 제일 해가 잘드는 아들 방은 2.7평쯤 되는데,
창문만 제외한 사방을 책장으로 빙 둘렀더니 여기 꽂힌 책만 3,000권이 넘습니다.



왼쪽 책장은 문학동네, 가운데는 푸른책들과 보물창고, 오른쪽은 창비 책이 차지했습니다.
그 옆으로 사계절, 양철북, 마음산책, 열린책들, 민음사, 푸른숲, 보리 등등.... 이름표도 불여줄 겁니다.



방이 작아서 한 컷에 다 담을수가 없어서 벽마다 따로 찍었습니다만 그냥 넘어가고....
거실은 10평쯤 되는데 요런 모습입니다. 여기 꽃힌 책은 1200권 이상이니까, 총 4,500권 정도 됩니다.



거실과 주방이 나뉘는 곳에 아이 시화작품을 걸어 가렸습니다. 보통때는 돌돌 말아 올려두면 불편하진 않습니다.



이런 상태로 10월 20일 실사를 받았는데,
담당자가 예산지원이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면 되지, 왜 꼭 작은도서관으로 등록하려느냐고 묻더군요.



1993년 '책의 해'에 내 노트에 적어두었던 작은도서관 운영계획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꿈꾸었고, 10여년 전부터 마을도서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고...
그때는 작은도서관 이름을 <두레도서관>이라 적었더군요.



담당자는 돌아갔고, 다음 주에 우편으로 등록증이 와서 액자에 넣어 걸었습니다.
요렇게....



등록증을 받고, 떡을 해서 이웃 독서회원들과 조촐한 개관식을 하려고 했는데
워낙 작은도서관에 관심이 많은 구청장님이 개관식에 참석하겠다고 해서..... 개관식은 봄에 하기로 했습니다.
대문앞에서 <늘푸른 작은도서관> 현판식과 커팅을 하고, 마당에 잔치상을 벌이려면 날이 풀려야하니까요.^^

정식으로 개관식을 하지는 않았지만, 주민센터에서 모이던 어머니독서회원들은
10월부터 겨울을 날 동안 늘푸른 작은도서관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엉덩이가 따뜻해서 좋다나요.ㅋㅋ



명색이 늘푸른 작은도서관장이 된 순오기, 이제 공문서도 받습니다.^^

작은도서관 상호대차용 주민 희망도서 50권 리스트를 내야 해서, 내 이웃들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요렇게 이쁜 내 이웃들이 있어,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
12월 8일, 상호대차용도서 50권을 정리해서 담당자에게 멜을 보내고, 예산집행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10월부터 12월까지 40시간 '마을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전문자원봉사자 교육'을 이수했고



12. 22일에는 구청에서 주관한
<도서관운영 우수 사례발표 및 토론회>에도 참석해 느티나무도서관 박영숙 관장님도 만났습니다.
단순히 우리서재를 이웃과 나눈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마을도서관을 시작했는데,
우수사례 발표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며 앞으로 내가 꾸려야 할 작은도서관의 밑그림이 그려졌습니다.




2012년 1월 9일, 늘푸른 작은도서관 겨울방학 프로그램 <영어그림책 읽어주기>를 시작했습니다.
1~5학년 어린이 7명, 어머니들 4명, 영어그림책 읽어주기 자원봉사자 2명이 참석해 나름 성황이었죠.
2월까지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계속 하는데, 첫번째 책은 <We're Going on a Bear Hunt> 였고,
내일은 <The Snowy Day>을 읽어 줄 예정입니다.



선생님이 미국에서 오래 살다오신 분이라 유창하게 구사하는 영어 인사와 질문에 아이들은 얼음 땡~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아이들 표정이 풀렸습니다.^^



아이들은 방명록에 소감도 남기고 책도 빌려갔습니다.
어떤 아이는 영어그림책 읽어주기에 참석하지 못해 울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나름 반응이 좋습니다.^^



느티나무 박영숙 관장님은
"왜 도서관들이 프로그램에 목을 매는지... 도서관은 그냥 책 읽으러 오는 곳이면 되는 거지."
라고 하셨는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도서관에 찾아오는 게 현실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이웃들과 더불어 살며 마을 아이들을 키우는 늘푸른 작은서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푸른작은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