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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어리] [북피니언 만인보 6탄] 인문학에 푹 빠진 ‘드림모노로그’

인터파크도서는 지난 2011년 12월 21일 <제6회 2011년 인터파크도서 최고의 책> 시상식을 열었다. 이 시상식은 2011년을 빛낸 최고의 책을 쓴 작가와 출판관계자, 그리고 독자들이 함께했다. 매년 열리는 최고의 책 시상식의 말미에는 ‘우수 북피니언’을 선정, 수상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드림모노로그’와 ‘꿀꿀페파’가 우수북피니언으로 꼽혔다. 그 가운데 한 명인 드림모노로그를 <북피니언 만인보> 여섯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수북피니언으로 꼽힌 드림모노로그는 ‘인문학’에 꽂힌 인물이었다. 북피니언 블로그에는 인문학 관련 도서의 리뷰가 대다수를 차지했고, 인터뷰에서도 인문학을 예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인문학에 빠진 이유는 ‘깊이’ 때문이라고 한다. 깊이를 찾는 독서를 하다가 다다른 곳이 인문학이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어렵게만 느껴지는 인문학의 매력부터, 최고의 책 시상식 참석 소감, 그리고 2012년에 대한 기대까지. 평범하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우수 북피니언 드림모노로그와의 대화를 소개한다. 

 
↑ ‘드림모노로그’와 두 딸의 모습 

독서와 리뷰는 내가 성숙했다는 기록

Q. 2012년 첫 번째 북피니언 만인보 주인공이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경남 거창에 살고 있는 김지연이라고 한다. 나이는 불혹에 가까웠고, 피혁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사랑스러운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Q. 혹시 인터뷰 때문에 가게 운영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괜찮다. 지금 손님이 없어서 눈 구경하고 있다. 올 겨울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은 처음이다. 기분이 좋다.

Q. 가게를 운영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에 비해 책 읽을 시간이 더 많을 듯하다.

아무래도 바쁜 업종의 가게가 아니라서 하루 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TV나 컴퓨터보다는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가 필요하다. 나름 재미있는 것을 찾지 않으면 꽤나 심심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Q. 말투가 경상도 사람 같지 않다. 원래 거창에서 가게를 했나.

서울에서 살다가 신랑과 함께 10년 전에 내려왔다. 당시에는 명동에 있는 가게에서 일을 했는데, 거창으로 오면서 가게를 차린 것이다. 도시에 살다가 상대적으로 한가한 시골에 와서 패닉에 빠졌다. 서울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정신이 없었는데, 여기서는 하루가 엄청 길다.

Q. 그래도 10년이나 지났다. 이제는 완전히 거창 사람이 됐겠다.

적응은 끝났다. 아무래도 책의 영향이 컸다. 가게에서 혼자 일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심심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책을 많이 접했고, 덕분에 지겹지 않게 보냈다.

Q. 책은 원래 많이 읽는 편이었나.

언니가 책을 좋아한다. 가족 중에 독서광이 있으면 자연스레 영향을 받는 것 같다. 가족 전부 습관처럼 책을 읽었다.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도 출퇴근시간에 꾸준히 책을 읽었다.

Q. 리뷰를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히 북피니언을 알게 됐고, 여러 사람들의 리뷰를 읽다 보니 나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북피니언을 시작했는데, 지금 와서 당시에 쓴 리뷰를 보면 정말 부끄럽다. 아무 생각이 없이 리뷰를 썼던 것 같다.

Q. 과거의 쓴 글을 보면 오글거리기 마련이다. 일기장만 해도 그렇지 않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성숙했다는 느낌도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게 되는 법 아닌?? 것 같다.

Q. 블로그를 보면 리뷰는 많은데 다른 활동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는 북피니언 친구들과 교류가 많았다. 이래봬도 꽤 인기 있던 북피니언이다(웃음.) 그렇게 하루에 한 두 시간씩 블로그를 하다 보니, 정작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책 읽기에 중심을 두자고 마음을 먹고, 리뷰 외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최고의 책 시상식을 다녀온 것이 그나마 특별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Q. 지난 해 우수북피니언으로 뽑혔다. 예상을 좀 했나.

전혀 못했다. 내 앞의 사람들이 다 거절을 해서 내가 대신 받은 느낌이다. 물론 기분은 좋았다. 항상 신랑은 책 읽는 내 모습을 보고 ‘한가해 보인다’고 했다. 집안을 다 하고 읽어도 그렇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래도 이번에 상을 받기 위해 서울에 가야 한다고 하니 휴가 삼아 다녀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 딸을 집에 두고 혼자 서울에 왔다. 비록 차 안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

Q. 그래도 최고의 책 행사도 즐겁지 않았나. 어땠나?

놀라웠다. 촌사람이라 다 멋지게 보이더라(웃음). 인터파크도서에서 많이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유명한 작가들을 본 것도 좋았다. 특히 최고의 책을 수상한 김난도 교수의 수상소감이 좋았다.준비해 온 말을 보면서 겸손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인을 못 받은 것은 조금 아쉬웠다.

인문학은 감동이다

Q. 블로그에 인문학 관련 도서 리뷰가 많은 편이다. 최근 리뷰는 거의 인문학 도서인 것 같다.

블로그 활동을 줄이고 책 읽는 시간을 늘리면서, 책을 고르는 기준도 많이 변했다. 사실 이전에는 책을 겉핥기 식으로 읽었다. 최신작과 흥행작,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서평책 등 기준 없이 많이 읽는 것에만 치중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고르는 것부터 나의 주관이 없었다. 많이 읽는 것보다 깊이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게 맡는 책을 고르니 자연스레 인문학으로 가게 되더라.

Q. 많이 읽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나.

많이 읽는다는 것보다 수량을 채운다는 느낌이었다. 문학은 금새 읽지만 조금 허무했다. 남는 것보다는 허하다는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 무게감을 느끼고 싶었다. 모르는 것을 느끼고 싶다는 감정이 정확할 것 같다.

Q.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인문학인가.

광고인 박웅현이 쓴 인문학 도서 <책은 도끼다>를 보면 ‘인문학은 감동이다’라고 말한다. 좋은 인문학 책을 읽으면 머리를 울리는 감동이 느껴진다. 이런 점이 끌렸던 것 같다. 

Q. 인문학은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물론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려워도 감동 때문에 읽게 된다.

Q. 어떤 작가가 쓴 인문학 책이 감동적이었나.

최근에는 강신주 작가의 책이 좋았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나와 같은 일반사람들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강신주 작가의 책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트인 느낌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보면 저자가 집 앞에서 열쇠를 찾다가 자신의 역할에 대해 깨닫게 됐다고 한다. 대중들이 인문학이라는 집으로 들어가기 위한 열?? 했다는 말이 감명 깊었다. 

Q. 드림모노로그의 최고의 책을 꼽아보자면.

<열하일기>를 꼽고 싶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하게 기행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박지원이 갖고 있는 애국심이 열하일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박지원은 대표적인 북학파로서 청나라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중화사상에 물들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내가 볼 때 그런 행동 자체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열하일기를 읽으면서 박지원의 진정성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최근에 읽은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와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시리즈 역시 감동적이었다. 

Q. 2012년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혹시 독서와 관련된 계획은 없나.

우선 돈 많이 벌고 싶다.(웃음) 장사가 조금 더 잘 되고, 그런 와중에 틈틈이 일고 싶었던 책을 읽고 싶다. 올해 내 목표는 ‘갖고 있는 책을 다 읽는 것’이다. 그 동안 끊임없이 책을 읽었는데, 소유한 책도 다 읽지 못했다. 이 책들을 올해는 다 읽어내는 것이 2012년 가장 큰 목표이자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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