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유행어지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분야나 일에서 가장 앞서 있는 사람, 혹은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쉽게 2, 3등을 하는 사람이나 그 뒤로 줄 선 수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스포트라이트 밖에 서 있다. <북피니언 만인보 5탄>에서는 ‘2011 독서의 달인’에서 1위가 아닌 2,3등을 다투고 있는 인물을 만나봤다. 

각축을 벌이고 있는 2~3명의 인물 모두 나름의 특징이 뚜렷해 보였지만 그 가운데 필자의 눈에 가장 꽂힌 이는 바로 ‘행복한우렁각시’였다. 이유는 단 한가지. 단촐한 북피니언 블로그 메뉴에 ‘청소년 문학’만을 따로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리뷰를 올리는 것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피니언 만인보 5탄>의 주인공으로 선정,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지만 필자가 예상치 못한 난관이 존재했다. 행복한우렁각시는 논리정연하고 긴 글에 비해 말은 짧고 간결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북피니언 만인보 5탄>에서는 말을 아낄 줄 아는 행복한우렁각시와 더 긴 이야기를 애타게 원하는 필자의 대화를 소개한다. 

 
‘행복한우렁각시’와 초등학교 5학년 딸의 모습

“60살 이전에 나의 책을 쓰고 싶다”

Q. <북피니언 만인보> 다섯 번째 주자로 선정됐다. 이 코너에 대해 알고 있었나. 

1탄 때부터 보고 있었다. 알고 있던 사람들이 나와서 신기했다. 

Q. 어떤 이들을 알고 있었나.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4탄 주인공 ‘이제마뛰어넘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분들은 활발한 활동을 하는 북피니언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다. 

Q. 행복한우렁각시도 ‘2011 독서의 달인’ 상위권으로 꽤 유명하지 않나.

그냥 책을 좋아하는 것뿐이지 활동을 활발하게 하지는 않는다. 

Q. 그래도 5탄 주인공으로 선정될 정도로 눈에 띄었다. 본인이 선정될 것 기대해본 적 없나 

솔직히 은근 기다렸다고 할까. 한 6, 7탄쯤에는 제안이 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Q. 막상 인터뷰를 하게 된 소감은 어떤가. 

다른 사람들이 다 거절해서 나한테 온 것 같기도 하다. 부담도 되지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일종의 자기 PR이라고 생각한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충주에 사는 전업주부 이미정이라고 한다. 나이는 43살, 초등학교 5학년 딸이 있다. 

Q. 북피니언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원래 인터파크도서를 잘 이용하지 않았는데 독서의 달인 이벤트를 보면서 시작하게 됐다. 별다른 활동보다는 꾸준히 서평을 올려왔다. 벌써 3년이나 됐다. 

Q. 현재 (11월 24일) 2011 독서의 달인 2등이다. 독서량이 상당히 많다. 

나는 글을 쓰는 꿈을 갖고 있다. 60살이 되기 전에 책 한 권을 내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나에게 독서는 공부다. 하루에 7시간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앞으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 

Q. 60살 이전에 책 한 권을 쓴다는 목표를 세운 계기가 있었나. 

특별히 없다. 예전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다 읽고 나면 남는 것이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내가 이렇게 책을 읽으며 살았다는 일종의 표시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리뷰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Q. 어떤 책을 쓰고 싶나. 

어떤 책을 쓴다는 목적은 없다. 그저 살면서 읽었던 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위주로 리뷰에세이를 쓰고 싶다. 남에게 보여주는 책이 아니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책, 내가 책을 읽었음에 대한 기록이다. 


“<북피니언 만인보>를 통해 독서 사랑방이란 또 다른 꿈을 갖다”

Q. 하루에 많은 시간을 독서에 투자하려면 가족들의 도움이 필요할 듯 하다.

고맙게도 가족들이 많이 양해해준다. 가령 책을 읽다가 꽂히면 밤새 읽고 아침에 자면 가족들 아침준비를 잘 못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까지 이해해준다. 사실 책을 쓴다는 목표도 남편 덕분이다. 결혼한 직후, 책을 많이 읽고 좋아하는 것을 보고, 목적이 있는 책 읽기를 하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그때 세운 목표다. 벌써 13년 전이다.

Q. 책을 많이 읽는 어머니 영향에 딸도 독서량이 많을 것 같다. 

많이 읽는 편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약 천 권 정도는 읽은 것 같다. 모녀가 함께 책 읽는 걸 좋아한다. 같이 도서관에 가면 자기가 고른 것을 먼저 읽어보고 나한테 권하기도 한다. 

Q. 북피니언 블로그에 ‘청소년 문학 리뷰’ 카테고리가 따로 있더라. 딸 때문에 청소년 문학에 관심이 많은 것인가.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딸이 쓴 리뷰를 올리는 코너다. 그 카테고리의 대부분은 딸 아이가 쓴 것이다. 나는 그저 대신 올려주는 것뿐이다. 

Q. 초등학생이 꾸준하게 양질의 리뷰를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글을 잘 쓰는 모양이다. 

그 소리를 많이 듣는다. 처음에는 제가 대신 써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쓴 글이랑 비교해보면 많이 다르다. 내가 처음에 리뷰를 올리니 자신도 만들어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꾸준히 쓸 것을 약속하고 만들었는데 아이가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Q. 모녀가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책 읽는 것이란 어떤 의미일까. 

딸의 말을 빌리자면 ‘책은 마음의 양식’이다. 독서는 머리 속에 지식을 쌓는 것도 있지만 즐거움도 크다는 것이 이유라고 한다. 딸이 책을 읽는다고 TV를 없앴다. 난 주부라서 드라마도 좋아하는데 TV를 보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더라. 2년째 TV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독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Q. 딸이 만들어준 환경 덕에 책을 더 많이 읽는 모양이다. 워낙 많은 양의 책을 읽지만 좋아하는 장르가 따로 있을 것 같다. 

편독하면 안 되니깐 골고루 읽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소설류가 쉽게 읽힌다. 

Q. 좋아하는 소설이나 소설가가 있다면 따로 있을 것 같다.

한국 소설도 좋아하고 일본 소설도 좋아한다. 취향이 서양보다는 동양적인가 보다. 작가 한 명을 꼽자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좋아한다. 일단 편하게 읽기에 좋고, 책을 자주 써서 더 좋다. 대개 1년의 한 편도 잘 안 나오는데 게이고는 몇 권을 쓰기 때문에 기다리지 않아서 좋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본인이 읽은 최고의 책을 뽑아본다면. 

<묵향>을 추천하고 싶다. 묵향이 나오기 전에는 무협소설이 대세였다. 하지만 묵향 이후로 판타지 소설이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전환기를 끌어온 책이라고 생각한다. 묵향의 매력이라면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할 일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최제훈 작가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와 구병모 자각의 <아가미>도 추천하고 싶다. 아, 그리고 <북피니언 만인보>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Q. 지적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칭찬이다. <북피니언 만인보 2탄>의 주인공 순오기쌤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꿈을 갖게 됐다. 당시 마을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그래서 나도 보유한 책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사랑방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 3월에 집을 리모델링해서 방 2개를 터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순오기쌤 덕분에 좋은 자극을 받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