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래픽 노블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예전에 한때 유럽의 고전작들이 번역되어 나온 이래 꽤 시간이 흐른듯한데 지금은 미국 등의 최근작 까지도 나오고 있어 더 반갑다.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환타지물이어서 더욱 특이하고 재미있다. 만화로 표현할 때 더욱 빛을 발하는 분야인 것 같다. 신들과 악마가 나오지만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평범한 세상이다. 여기서 샌드맨은 꿈의 신이다. 첫 권은 그가 인간에게 소환되어 유페된 후 다시 자신의 힘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람이 그려서인지 조금은 분위기가 달라지며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일단 방대한 스케일이 마음에 들고 참신한 소재가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도입부여선지 아직 특별한 사건은 없고 감동이나 공감도 좀 부족하다. 하긴 대작으로의 도입부 정도로 생각하면 시작은 차분하고 나쁘지 않다. 그림은 오래된 작품들 보다 현란하고 자극적이다. 얼마전 읽은 배트맨 이어원이나 왓치맨은 그림의 구성이나 색체만으로도 시간이 좀 지난 작품임을 알 수 있었지만 이 작품은 보다 요란한 구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지질에 선명한 컬러 등은 눈을 즐겁게 해준다.

단점을 꼽자면 군데군데 나오는 미국 대중문화의 코드나 서양고전에의 언급 등은 배경지식이 없으면 재미가 반감하고 특유의 유머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물론 번역시 주석을 달아두었으나 미국대중가요의 가사를 차용하거나 한 부분은 별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겠다. 이건 그나라 독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니 어쩔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내용상 특이한건 엄청난 힘과 파괴력을 지닌 이들 신보다도 인간이 더 무섭게 표현된다는 거다. 신은 정상적인 상황을 유지하려 하는데 비정상적인 인간들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또 뒷부분에 나오는 죽음의 신의 모습이나 행동은 예상을 상당히 벗어난다. 절대자인 신이라기 보다는 요정이나 다른 존재 정도로 보여진다.

전반적으로 재미있었고 뒤편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하지만 이 책만으론 광고나 소개에 표현된 샌드맨의 진정한 가치를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