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

 

책을 받아들었을 땐 단숨에 빠져들어 하룻밤사이 휘리릭 읽어놓고선, 간사하다.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책에 대한 느낌을 담아 두지 않는 것은.

 

사실, 21세기북스에서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의 스토리를 소개하고 있어서 단순히 그들만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앞서 '열애'란 책에서 이미 접해본 나로서는 같은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풀어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조선인 독립운동가 박열과 그를 사랑한 일본 여인 후미코...국경과 사상과 죽음을 뛰어넘은 그들의 사랑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섯 쌍의 러브스토리가 각기 다른 색깔로 채워져있었다.

 

첫 장에서 만난 유명한 화가 프리다 칼로.그녀의 예쁜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척수성 소아마비로 늘 방에 갇혀 누워지내는 신세였다. 그녀가 사랑한 디에고.. 디에고 곁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그녀와 디에고의 사랑이 순탄했던 것도 아니었고 남들이 보기에 아름답다할 만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아니었다고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 둘만의 심오한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을까.

그녀가 죽은 후 디에고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렸고 '항상 나의 눈동자로 남을 프리다에게'라 새겨넣었다.

이 커플 외에 내게 또 인상적이었던 한 커플.

엘리자베스와 로버트의 이야기는 실로 참 많이 놀랐다. 열다섯살이란 나이에 말을 타다 떨어져 척추를 다친 엘리자베스는 얼마 살지 못한다는 처방을 받고 시를 쓰며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서른 아홉해를 늘 침대에 누워 지낸다. 몸도 마음도 지친 그녀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날마다 편지를 주고 받게 된다. 573통.. 수신자는 로버트였고, 그는 그녀를 보고싶어했지만, 엘리자베스는 그가 자신을 보고 도망갈까 두려워했다. 그녀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했고 주름이 눈에 거슬릴정도로 늙었으며 남과 어울리기 힘든 특이한 성격에다,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든 장애인이란 신체적 불편함도 한 몫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그녀를 본 뒤로도 로버트는 그녀 곁에 끝까지 남아 함께했다. 아들도 낳았고, 가난했지만 행복한 삶이었다.

 

로버트와의 삶은 그렇게 매 순간이 기적이라며 말하던 그녀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아름다웠어요"라 말하고 그렇게 그 꿈과 기적 사이에서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진짜 사랑'을 말해주는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자연스레 내가 동화되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과 실제 그 얼굴들을 만나 볼 수가 있고, 이들 사랑의 이야기 그 후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다.

 

다른 독자들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난 러브스토리를 들려주고는 그 후 이야기가 시작되는 연주황 페이지가 궁금했다. 인간극장에서 소개한 이들의 이야기를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가 그들의 소식을 전하는, 그러한 행복이 기대되는 호기심이랄까. 마음 아픈 이야기 뒤에 그래도 조금은 아픈 맘을 달랠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 기다리는 심정.

 

사랑할 기회의 부재로 사랑에 대해 논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사랑을 놓고 이 사랑이 가타부타 따질 성질의 것도 못된다는 것도 안다. 온전히 그들만의 감정이며 그들이 선택한 사랑은 최선이었으므로.

 

세기를 넘어 전해져오는 이 러브스토리들을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설레는데..

사랑할 이가 내 곁에 아직 없다는 것이 새삼 슬펐다. 너무나 사랑함에도, 이들은 사랑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사랑에 완성이라는 정해진 귀로는 없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을 이들의 이야기, 이들의 사랑이

비록 그 중 슬픈 배경을 가지고, 슬픈 비극으로 귀결되는 운명을 가진 이가 있다고 하나

마음 아파하되, 슬픔에 젖어들지는 말자.

그들의 사랑은 아름다웠고 축복받아 마땅하므로..

 

사랑, 닿지못해절망하고다주지못해안타까운, 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