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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버전을 기다리다 지쳐 구입하게 된 매트릭스 3부작 DVD박스세트 되시겠다. 먼저 내가 매트릭스의 광팬임에도 불구하고 별이4개 밖에 안되는 이유는.. 껍데기(?)를 제외하면 달랑 DVD만 들어있다는 점 때문이다.제목에 소장용이라고 붙여놓긴 했지만 솔직히 소장판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무래도 브로마이드나 영화에 대한 간단한 책자조차 없기 때문에 사실 소장용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그렇다 해도 애니매트릭스까지 포함된 매트릭스의 모든것이 들어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만족하고 싶다.. 대학 1학년.. 헐리웃 블록버스터는 식상할대로 식상해져 버려 나에겐 더이상 감흥이 없던 시절에 매트릭스는 모든걸 바꿔놓았을만큼 충격이었다. 이 세계가 진짜가 아닌 오직 기계를 먹여 살리기 위한 전기를 생산하는 건전지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충격이었고, 갖가지 CG와 불릿타임 기법을 통한 정지상태의 카메라 회전 기법은 극장에 앉아 있는 내 혼을 날려 버렸다. 극장에서 보고, VHS로 보고, VCD로 보고, DVD로 또 보고..이제는 블루레이로.. 새로운 매체를 통해 매트릭스가 출시될 때 마다 나는 이 특이하고 우울한 스토리와 재창조된 충격 영상을 확인하고 싶어 몇 번이고 매트릭스 다시 감상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아니.. 그건 수고가 아니었다. 난 흥분되고 기꺼운 마음으로 그래왔었다. 개봉된지 10년이 지난 오늘 감상해도 이건 10년전 영화일리 없다는 스스로의 최면에 빠질만큼 앞서나갔던... 그래서 더욱더 충격적이고 기억에 남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한가지 아쉬운점은 <매트릭스> 가 트릴로지로 제작되면서 1편에서 쌓아왔던 명성과 광팬들의 숭배가 많이 퇴색해 버렸다는 점일것이다. 1편에서 보여줬던 세계관과 철학은 난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후속작인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정말 범상치 않은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내 인생을 바꿔놓은 몇 안되는 영화중 하나가 되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쨌든, 1편 마지막 장면에서 네오가 공중전화를 끊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고 속편이 나올것을 막연하게 예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속편은 개봉하지 않았고 그동안 나는 애꿎은 <매트릭스 1편>과 <애니매트릭스>만을 무한 반복해 가며 그 어떤 인생의 즐거웠던 순간보다도 속편의 존재를 기다려 왔다. 그런데 그런 대책없는 기다림에 보답이라도 하듯 <리로디드>와 <레볼루션>이 동시에 선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속편을 감상한 후 나의 매트릭스 트릴로지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은 사라지고 말았다. 우선 내가 매트릭스1편에서 받았던 충격은 세계관, 철학적 메시지, 진일보한 촬영기법,의상,메탈릭한 사운드, 화면의 질감 등이 어우러진 복합적이었던것에 반해 2편부터는 조금씩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 결정적인 요인은 아마도 워쇼스키 형제가 스타워즈에 버금가는 대작을 만들어야겠다는 부담감에서 출발한 것 같았다. 철학과 크리에이티브는 사라지고 과도한 CG와 영화전체를 눌러버린 웅장함만 남은것 같았다. 네오와 트리니티의 섹스신, 시온에서 벌어진 광란의 댄스파티, 시온의 거대함을 묘사한 CG, 네오와 스미스(요원)의 1:100 길바닥싸움씬 등은 촬영과 구성에 공은 들였겠지만, 매트릭스만의 독창적인 색을 잃어버리는데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으로 액션에 너무 치중한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 액션 가운데서도.. 고속도로의 추격씬은 영화 전반부의 실망감을 날려줄 만큼 시원했다.. 다만..영화 전체의 실망감을 액션(고속도로추격씬)으로 무마시켜야 하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던 점은 아이러니다. 홍콩느와르의 부활을 보자고 기다린 4년이 아니었건만, 영화를 보는 내내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각종 볼거리를 담은 셔플은 아주 감명 깊었다. 고속도로 추격장면에만 몇개월을 할애해 촬영했다는데 워쇼스키형제와 제작진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던것 같아서 좋았다. 그들이 언젠가는 더 좋은 작품으로 나를 놀라게 해 줄 거라는 기대가 들어서였던것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 작품인 브이 포 벤데타는 그렇다고 쳐도 스피드 레이서는 영.....)
내가 아무리 리뷰라는 이름으로 매트릭스 2편에 대한 실망감 풀어놓긴 했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매트릭스 트릴로지에대한 나의 기대가 전에 없이 컸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매트릭스2>자체로만 놓고 봤을때는 재미있고 신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매트릭스 리로디드>는 매트릭스 트릴로지를 대미를 장식하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컸던 만큼 매트릭스 시리즈의 결말에 대한 세간의 말들도 많았다. 어쨌든, 3편에서는 내가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결론이 났다. 인간과 기계가 어느정도 타협을 보는 선에서 그동안의 갈등이 정리되고, 매트릭스의 통제를 벗어나버린 말썽꾼 스미스와 네오의 1:1대결로 마무리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간이 기계무리들을 완전하게 박살내는 속시원한 결말을 예상했지만 영화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내가 매트릭스 1편을 처음 접했던 그 시간이후로 3편이 개봉하기 까지의 약5년 동안의 기간은 내 인생의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은 것같아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비록 2,3편은 차라리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매트릭스 트릴로지는 영화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을만큼 대단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소 우울하지만 전혀 새로운 세계관, 획기적이고 충격적이라 할만한 촬영기법, 영화속 의상 등.. 아마도 음악을 제외한 다른 모든 분야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왔던 많은 명작들이 영화음악으로도 사람들에게 길이 기억되는데, 매트릭스 시리즈는 (아쉽게도)가슴을 울리는 음악이 없었던 듯하다. 아마도 워낙 충격적이고 뛰어난 영상에 상대적으로 묻혀버린 탓일 것이다.. 워쇼스키의 더 나은 작품들을 기대하며, 매트릭스의 리뷰를 마칠까한다.

매트릭스, 키아누리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