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 전화를 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어린 시절에 장난 전화를 해 봤습니다. 그냥 랜덤으로 전화를 걸어서 “혹시 거기 수세미네 집인가요?” 라고 하면 거의 100% “잘못 거신 거 같은데요?” 라고 합니다. 그러면 “너네 집에는 수세미도 없냐?” 라며 끊어버렸죠. 아, 한 15년 정도 전의 일입니다. 이 장난 전화의 아이디어는 제가 낸 것은 아니고요. 요즘은 제가 그와 비슷한 전화를 많이 받는군요. 제 핸드폰 번호가 너무 쉬운 번호이다 보니 제 전화로 이상한 사람을 찾는 전화가 가끔 걸려오는군요. 물론 저는 착하게 받아칩니다. “잘못 거셨네요.” 대부분 수긍하고 끊더군요.

 일단 이 <실종>이라는 작품의 작가인 마이클 코넬리는 엄청난 거장 스릴러 작가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가 내는 작품은 각국의 스릴러 상은 휩쓸고 있다고 하죠. 이미 우리나라에도 <시인>,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작품이 소개되어 있고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저는 이 <실종>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을 처음 잡히긴 했습니다만 확실히 거장은 거장인 듯합니다. 드라마에만 빠져서 살았던 제가 정말 오랜만에 컴퓨터를 끄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게 됐으니까요. 그만큼 이 책의 흡입력은 가히 최고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실종>은 잘못 걸려온 전화로부터 시작되는 한 편의 스릴러입니다. 헨리 피어스라고 하는 과학자는 어느 날 ‘릴리를 바꿔 달라.’ 는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것도 한 통화도 아니고 여러 통. 피어스는 자신의 전화번호가 콜걸 서비스에 등록 된 것을 알고 전화번호를 바꿔달라고 요청을 하려 했으나 그 ‘릴리’ 라고 하는 인물은 도무지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답답해진 피어스는 직접 릴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죽은 누나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그 ‘릴리’ 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피어스는 릴리를 찾으려는 시도가 자신을 파멸로 이끌고 갈 함정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가 맞이할 진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릴리의 실종과 피어스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확실히 흡입력이 뛰어난 만큼 재미도 있습니다. 서술 시점은 3인칭이지만 왠지 내가 주인공인 피어스가 된 것인지 착각할 정도로 빠져들었습니다. 과연 ‘릴리’ 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 실종된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점들을 직접 찾아내려고 열심히 노력했습니다만, 결과는 역시 허탕. 게다가 단순 실종자를 찾는 해프닝에서 피어스가 진행시키고 있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음모까지 연관되어 스케일이 점점 커지면서도 그것을 마지막에 잘 마무리 지은 것도 칭찬해 줄 요소입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확실히 ‘아~ 재밌다.’ 하고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의 뒤표지에는 ‘사악할 정도로 정교하다.’ 라는 말? 같지만 이 모든 게 정교하게 짜인 스토리라는 점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한 가지 힌트를 드릴까요. ‘릴리’ 라는 인물은 어디까지나 ‘릴리’ 일 뿐이라는 겁니다^^ 너무 깊게 들어가시지 마시길~ 전체적인 스토리를 즐기시다 보면 진상은 바로 여러분의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