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앨러리 퀸’ 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리스가와 아리스 라는 독특한 필명의 작가입니다. 책 제목은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 어릴 때 읽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가 연상되는 듯한 제목입니다. 그 동화에서 앨리스는 한 토끼가 시계를 들고 도망가는 것을 쫒아 나무 구멍으로 쑥 들어가서 이상한 나라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내용이죠. 작가의 이름인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아리스’ 도 앨리스의 일본식 표기를 따라서 아리스 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관심이 많이 가는 작가였는데 타 작가에 비해 우리나라에 소개된 시기가 좀 늦어서 아쉽네요. 요즘은 많은 작품들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단편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워낙 관심도 많이 가고, 유명한 작가인지라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에 잡은 책이 바로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입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표제작인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가 가장 분량이 많습니다. 이 작가의 별명이 일본의 앨러리 퀸 인데 앨러리 퀸 같은 경우에는 정말 놀라운 트릭으로 독자들을 짜릿하게 하곤 했었는데 과연 아리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이 작가는 어떨까요.

 첫 번째 단편 ‘부재의 증명’은 쌍둥이 형제의 알리바이를 깨야 하는 사건입니다. 쌍둥이라는 소재는 추리 소설이나 반전 영화의 흔한 소재라서 많이 보고 있어서 관심 있게 읽긴 했습니다만 역시 작가와의 첫 만남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더군요. 두 번째 단편인 ‘지하실의 처형’ 은 독살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형사와 용의자로 의심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상당히 신선한 동기였고, 이야기 전개도 충분히 재밌었습니다. 세 번째 단편인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 은 앨러리 퀸의 <X의 비극>의 오마주라고 하네요. 제가 <X의 비극>을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가 막힌 다잉 메시지를 다룬 작품이라고 하고, 이 ‘비할 바 없이 성스러운 순간’도 다잉 메시지가 기가 막히긴 했습니다만, 독자와의 게임에서는 약간 불공평했네요.

 네 번째 단편이자 이 책의 표제작인 ‘하얀 토끼가 도망친다.’는 열차 시간표 트릭입니다. 예전에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에서 열차 시간표 트릭을 접한 적이 있는데 너무 머리가 아프더군요. 개인적으로 열차 시간표 트릭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스토리 흘러가는 대로 읽었는데, 다행히도 이해는 잘 되더군요. 다만 안타까운 점은 요즘같이 KTX 마구 달려가는 시대에는 이런 열차 트릭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많이 드네요.

 첫 만남 치고는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단편이 너무 재밌어서 책에 빠져들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주목하고 있는 작가이고, 첫 만남이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기대하고 볼까 합니다. 그리고 단편은 제 취향이 아니라서요. 장편을 읽으면 이번에 재밌었던 것보다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겠?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