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혼 - 내가.. 이 사람을 죽였습니까?

 

일상적인 어느날, 커피숍으로 돌진하는 SUV차량 한대. 비명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도 끝까지 액셀에서 발을 떼지 않고 버티던 운전자는 출동한 구급대원 연우에 의해 강제로 발이 떼어진 뒤에서야 차가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두리번 거리며 오히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이 남자.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시작부터 강렬하다. 수혼이라는 글귀만 보고선 선뜻 단어의 뜻이 생각나지 않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수혼이란 단어에 적잖이 놀랐다. 단순히 기억상실 혹은 초능력이나 타인을 조정하는 최면 비슷한거로 착각하고 책을 만났던 나에게 일단 한번의 충격! 무엇보다 수혼이 타인의 육체에 내 영혼이(?) 들어가 그 몸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다시한번 충격. 일단 소재자체는 굉장히 흥미롭다.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시작에 흥미로운 스토리. 느낌이 나쁘지 않다.

 

수혼인-인 연우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쌍둥이 여동생과 둘이 살아간다. 가족을 잃은 뒤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구급대원이 된 이 남자는 우연히 알게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의 본능과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하는 대신 사건현장에서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기위해 구조자의 몸에 들어가 안전하게 그들을 구하는데 이 능력을 사용하게 된다.

 

다른 수혼인들과 달리 이타적인 선행을 꿈꾸던 이 남자의 선량함이 어떻게 변질되어 가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관전 포인트. 연우라는 캐릭터에 빗대어 결국은 세상 사람들의 욕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연우같은 상황에.. 역시..라고 수긍하게 될것같기도 하다.

 

타인의 육체를 빼앗을 수 있는 수혼이라는 달콤한 능력. 그 능력이 탐난다.

 

돈이 필요하면 재벌의 몸에 수혼해 평생을 호의호식하며 누리며 살 수 있을 것이고, 여자가 필요하면 타인의 몸을 빼앗아 아무 여자에게나 몹쓸 짓을 해도 될것이며, 은행강도나 온갖 나쁜짓을 하더라도 자신의 본체는 따로 있으니 용의자가 되는 것은 결국 몸을 빼앗긴 사람들의 몫. 이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어 보이는 유혹의 열매인가.

 

어린시절 한번쯤은 해보았을 상상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소한 생각들. 나 역시 수혼이란 능력을 갖게 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들이 어떤 것들일까 생각해보니 확실히 연우처럼 선량한 의도를 가지고 사람을 구하는데 그 능력을 오롯이 쓰지는 않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고 갖고 싶고 채우고 싶은 욕망과 쾌락들을 위해 기꺼이 그 능력을 사용하리!!!

 

참으로 탐나는 능력이 아닐 수 없는 수혼인들의 능력.

 

물론, 이 달콤한 열매를 얻기까지와 얻은 후의 과정들 속에서 수혼인들이 결국 선량한 마음을 잃고 본능과 욕망에 충실해 스스로 타락의 길을 걷는 게 대부분이라는게 책 속의 설명이고, 그런 수혼인들을 처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살해사라는 흡사 사신과 비슷한 존재들이 등장하는데 오랜시간동안 죽지 않고 타락한 수혼인들을 살해하는 직업을 가진 무레르 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심들이 묘하게 이해가 될것같기도하고.. 어렵기도 하고..

 

책이 얇고 페이지가 많지 않은 책이기도 하지만, 스토리 자체만으로도 몹시 가독성이 있는 작품이다. 선의를 품었던 한사람의 보통의 인간이 어떻게 타락해가는지의 과정들이 한눈에 보이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스포가 될듯하여 언급하기 곤란하지만 책 속에 굳이 언급되었어야 했을까?라는 목구멍의 가시같은 부분들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그 역시 연우라는 인간이 변해가는 과정중 하나라고 받아들이려한다.

 

여기저기 벌어진 사건사고들을 어떻게 갈무리할건지가 오히려 더 궁금했던 스토리전개 중에 결국 마무리를 화려한 액션(?)으로 끝맺는 모습에서 꽤나 흥미롭고 즐거웠다는게 반전. 의외로 중간정도 까지는 사건사고가 너무 많이 얽혀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외로 사건을 갈무리하는 작가의 능력이 나쁘지 않았다.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는 피날레,  마무리는 화려하게 한방에 끝!

 

내 눈앞에 존재하는 타인의 육체를 내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 수혼.

이 달콤한 능력 앞에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추악해 질 수 있을지 그들의 추악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책으로 꽤나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