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우타노 쇼고

몇해전 처음 일본 추리소설의 매력에 빠졌을때 어느 북카페에 "대표적인 텍스트반전소설"이란 구분으로 몇몇 도서들이 추천되고 있었다. 해당 도서들은 도착의 론도, 살육에 이르는 병, 그리고 마지막으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라는 소설들인데 그 덕분에 나 역시 텍스트반전 소설의 매력에 빠져 한동안은 충격적인 반전이 있는 도서들만 찾아 읽기도 한적이 있었다. 덕분에 텍스트반전의 매력을 제대로 느꼈다랄까?

 

그런 이유로 알게된 작가가 우타노 쇼고이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이하 벚꽃)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 그 책을 덮음과 동시에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검색해봤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국내에 소개된게 벚꽃이 전부였기에 작가의 다른이야기가 얼른 출간되기를 애타게 기다렸던바, 국내에 벚꽃이 입소문을 타면서 국내 출판계에 하나둘 작가의 작품이 소개될때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물론 이십여년동안 일년에 한권씩 일정한 페이스로 책을 한권한권 출판한 작가의 모든 책을 국내에 번역하기는 다소 무리일테지만, 그래도 갑작스럽게 쏟아지듯이 출판되는 작가의 책들을 보면서 다소 우려가 되기도 한다랄까. 검증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모조리 출판하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조심스레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추리소설이라는 분야에 제법 충실하게 기본기를 다진 작가라고 믿고 싶기에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둘 찾아보려 한다.

 

이 책, 확실히 벚꽃과는 느낌이 다르다. 전형적인 밀실추리가 떠오르게 하는 단편들의 모음이다.

 

충격적인 반전을 꾀하지않지만 그래도 역시 그 나름의 재미가 있는 밀실추리사건이랄까?사건의 배경이 눈 덮인 산장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망망대해 위의 무인도, 마지막으로 추리소설 마니아들이라면 꿈꾸는 서양식 건물 관 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꽤나 흥미롭다. 더불어 사건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자조적인 이야기들도 꽤나 흥미로웠다랄까.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 이 단편에서는 현실과 타협한 탐정의 조수의 시선에서 사건을 이야기 하는데 이 조수가 꽤나 물건이다. 자신이 모시는 탐정이 매너리즘에 빠져 탐정 본연의 자긍심은 뒤로한채 현실과 타협하고 돈 앞에 초연하지 못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들을 꽤나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고, 그런 탐정을 모시는 조수의 시선에 존경심을 찾아볼수없게 되는 모습도 나쁘지 않았다.

 

결국은 세상은 돈이 지배하고, 탐정이든 경찰이든 마지막은 이기적일수밖에 없는건데, 그런 현실이 의외로 잘 표현된듯한 기분. 물론 그러한 세속적인 탐정과 탐정이 되고 싶은 조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고전적인 밀실 추리를 이야기의 바탕에 깔아두면서 추리소설 본연의 의미를 잊지 않았다랄까.

 

벚꽃을 읽으면서 장편의 매력을 느꼈다라면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는 단편 특유의 빠른 호흡을 느낄수있었던 것 같다.

 

생존자 1명 - 참으로 난해했던 이야기. 결말에 대해 독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릴거샅은데 여기저기 기웃거려본 결과 다른 독자들의 의견은 "열린 결론" 이라는게 맞는듯. 어떤식으로든 결국 이야기는 독자 스스로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식의 마무리이다.

 

스토리 내용은 어쩌다보니 사이비종교에 빠져 그들의 교황이 지시한 대로 폭탄 테러를 실행한 4명의 남녀와 더불어 어쩌다보니 함께 남겨지게된 인원이 무인도에 갇혀 버림받으면서 살아남기위해 변해가는 과정을 잘 표현하고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립된 인간들의 변해가는 심리묘사등의 이야기를 굉장히 즐기는바,

 

생존자 1명의 스토리 자체도 꽤나 흡족스러웠다. (깔끔하게 결론을 내주지 못한게 못내 아쉽지만,)  이 책을 읽은 지인은 명탐정을 제외하고 다른 이야기들은 그냥그랬다고 하는데 의외로 나는 이 단편도나쁘지 않았다. 인간이 미쳐지기 일보직전의 과정까지라고 하기엔 다소 모자라지만 그래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배려하고 서로 위하던 모습에서 개인을 위해 이기적이고 본능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제법 괜찮았다고 본다.

 

더불어 사건당사자들의 무인도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는 신문기사의 내용들이 독자들이 무인도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만들어주는 구조라고 해야할까? 본격적으로 미쳐가면서 공포와 불안이 고조되어가는 과정을 꽤 즐겼다. 역시 난 이쪽이 취향인듯..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 나의 독서 취향이라면 밀실추리사건은 확실히 내 취향이 아닌듯한데, 이 단편은 짧으므로 페이지 넘김이 쉽다. 벤츠모양으로 지어진 서양식 건물 "관"으로 초대되어진 등장인물들이 관의 주인이 진행하는 추리연극에 동참하게되면서 주인이 숨겨놓은 트릭을 밝혀내는 스토리인데, 마지막 마무리가 좀..마음에 안든다랄까.. 어쩐지 평범하다랄까.? 급 맥이 빠져버리는 결론이었다. 

 

물론 각각의 단편들은 추리소설답게 사건해결을 위한 단계를 한계단 한계단 착실하게 밟아간다. 현대속에서 고전풍으로 사건을 몰아가는 전개방식도 나쁘지는 않다. 최고는 아니어도 노력을 다한 느낌이랄까? 감히 누구를 평가할 주제는 못되지만 그래도 짧은 단편임에도 작가가 신경을 많이 썼을것같다는 느낌이 든다. 추리소설의 트릭을 만들어 내는게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테니까..

 

확실히 평소에 밀실살인사건을 다루는 고전적인 트릭의 이야기를 즐기지 않는 이유가.. 어쩌면 갑갑하다거나 이런저런 트릭을 상상하기 싫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째서인지 나는 고립된 존재의 이야기는 즐기지만, 그렇다고 밀실의 이야기는 즐기는 편이 아닌듯 하므로.. 순수한 밀실추리사건만을 다룬 책을 읽은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것같다.

 

그 덕에 오랜만에 밀실을 다루는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갑갑하고 느린 전개도 아니었고, 의외로 캐릭터들도 제법 마음에 들었다. 각 사건의 결말들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을 두고 작가에게 뭐라고 할수는없는일. 아마도 난 앞으로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제법 찾아읽게될것같다는 기분이 든다.

 

아직은 벚꽃과 이 책만으로 작가에 대해 알았다고 결론내리기엔 부족하니 차차 하나둘 작가의 이야기를 읽어가며 그 재미를 느껴봐야겠다. 충격적인 반전이 있진 않아 작가의 전작에 비해 크게 만족스럽지 않았을 지언정 그래도 어쩐지 작가의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