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온다 리쿠

 

새카만 작은 언덕 위에 까만 이층 집. 그 집 너머로 보이는 분홍빛과 연보라빛의 경계가 모호한 하늘. 그리고 상아빛의 동그랗고 풍만한 달까지. 표지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온다 리쿠라는 이름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게 될지 너무나도 기대하게 되는 심리와 더불어, 너무나도 아름다운 색상 앞에 어쩐지 이 책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하게만든다.

 

이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내 기억속의 온다 리쿠는 항상 어딘가 모호하면서도 뒷골이 서늘하게 만드는 몽환적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들을 들려준 작가로 기억된다. 한편으로는 섬뜩한 것 같고, 또 한편으론 옛날부터 구전되오던 무서운 이야기 스럽기도한 그런 분위기. 차라리 '온다 리쿠 스럽다.' 라는 표현이 통할정도로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

내 기억속의 온다 리쿠는 그렇다.

 

다른 몽환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들 중에서도 단연 선두에 서 특유의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작가라고 할까? 비슷한 이야기나 느낌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온다 리쿠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이 느낌은 '온다 리쿠 스러워요' 라고 설명하는게 차라리 더 느낌이 잘 통한다고 말하고싶을만큼 독창적인 분위기의 작가.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몰입도와 가독성이 있고 흥미로운데 어딘지 모르게 그 경계가 모호하다. "우리집"이라는 공간 위에 시간이 쌓여 추억들이  먼지처럼 소복히 쌓여있다. 우리집 이라는 공간 위에 시간이 쌓이고,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새로운 이야기로 맺어진듯한 기분이랄까. 일상생활을 하면서 한번쯤 생각해보고 지나갔을 법한 주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상상력이 온다 리쿠 스럽게 발휘되어 더 없이 화려한이야기로 탄생한 듯한 기분이다.

 

이를테면, 기존에 살던 주인이 사망한 후 새로운 주인이 이사와서 새로운 시간이 쌓이더라도 기존의 공간에선 이미 누군가가 죽었었고,그 공간위를 새로운 생명이 밟고 지나다닌다.라는 상상. 혹은 과거 유적지로써 유해들이 발굴된 이후 그 위에 건물이 생겼다거나 하는경우 상상하게되는 망상들 -

 

그런 상상이다. 새로 이사들어온 건물에서 누군가가 죽은 집이라거나, 내가 이 집에서 죽을 경우라던가 할때 후에 들어온 사람들은 사람이 죽은 공간위에 사는구나. 라는 상상. 그런 상상을 온다 리쿠 스럽게 풀어낸다면 혹시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이런 생각... 누구나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예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 위에 나만의 새로운 시간과 흔적을 남긴다는 상상?

 

우리집 이라는 공간 위에 그 집을 스쳐지나간 수 많은 인연들과 섬뜩한 이야기들로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운 스토리로 완성해나가는 그녀의 상상력은 언제나처럼 대단하다. 누군가의 죽음과 탄생이 공존하는 우리집 이라는 공간 위에 추억이 겹겹이 쌓여 타인을 배척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새로운공간으로 태어나는 모습이, 게다가 그 공간이 우리가 평안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집!이라는 장소에 대한 상상력을 소재로 삼아 독자를 끌어당기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평안해야만 할 장소인 집을 이토록 불편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만들어 버리는 그녀의 상상력.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 지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스토리들. 큰 공간안에 소소한 이야기들로 하나의 이야기 형식을 완성하는 구성. 유령이라는 비현실적인 소재가 등장하지만 어쩐지 그래도 궁금해지는 느낌. 각각의 이야기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방식은 독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온다 리쿠, 그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상상력을 즐기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소중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