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흥미진진한 몰입도 최고의 책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어찌나 빠져들었는지 책을 덮은 뒤 마음이 허전해진다.

 

책의 첫 시작이 예사롭지 않다. 작가 소개란에 보란듯이 로이언행성에서 온 지도자 라고 밝히는 작가의 엉뚱함에서 부터 이 책의 매력은 시작된다. 더불어 아이엠 넘버 포에 대한 설정은 지구보다 작지만 아름다웠던 행성을 보호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던 로이언인들을 행성의 정기를 쪽쪽 빨아먹는 못된 '모가디어인'들이 침략하게 되면서 마지막 생존자인 아이들과 그들의 보호자들이 행성을 떠나 지구로 숨어 들게 됐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혹시 무언가 떠오르신분 계실까?

 

그렇다. 난 이 시점에서 그 옛날 80년대 초부터 정말 주구장창 하루종일 봐도 질리지 않고 우상이라고까지 표현 할 수 있었던 지구방위대 후레쉬맨과 바이오맨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옛날 옛날 한옛날에 다섯아이가~ 우주 멀리 아주 멀리 사라졌다네~. 라는 노래가사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날만큼 좋아했던 비디오!

 

로이언 행성이라 함은 과거 지구처럼 환경이 파괴되어 행성몰락의 위기에서 그들 스스로 행성을 보호하기위해 두종류의 인간으로 진화되었는데 한 종류는 각종 능력(레거시)을 발휘하는 "가드" - 일명 행성을 보호하는 역이고 나머지 부류는 그들을 보좌하며 행성을 운영하는 "세판"으로 진화되는데 "가드"들은 행성을 보호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더불어 잔혹한 모가디어인들의 계획적인 침략앞에 무너질수밖에 없는일! 그래서 레거시 능력을 가진 아홉명의 아이들과 그들의 세판이 지구로 떠나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들은 로이언으로 돌아가 과거 행성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하는데 그러려면 그들을 좇아온 외계인 모가디어인들의 손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안된다! 본의 아니게 그들손에 지구가 침략당해 파괴되는걸 막기 위해 어쩌다보니 지구방위대 역할까지 하게 되버린다랄까? 영락없는 후레쉬맨이라니까. 정말 보면 볼수록 후레쉬맨이 떠오른다.

 

더불어 이들은 로이언 행성의 마력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데 이 보호력은 모가디어인들이 아이들을 쫓아 죽이려 할때 1에서 9번까지 순서대로 만! 죽일수 있는 마력이다. 하여 눈앞에 9번이 있다고 해서 차례대로 죽이지 않으면 9번을 죽일수도 없다는 소리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게 있는 분?

 

그렇다. 그거다. 포켓볼. 난 작가가 작품을 구상할때 분명 포켓볼을 즐겼으리라 상상해본다. 순서대로 공을 넣지 않으면 지는게임. 꽤 그럴듯하지 않은가?

 

순서대로 죽는줄은 어떻게 아냐고? 그건 아이들은 몸이 아홉이지만 하나로 연결된듯 앞의 아이들이 죽을때마다 오른쪽 발목에 화상자국같은 표시가 나타나게 되는데 넘버 포의 이야기는 바로 그 시점부터 시작이다. 앞서 세명의 아이들이 모가디어인에 의해 죽임을 당해 이제 포의 차례이기에 더더욱 몸을 살지 않으면 안된단 소리다.

 

물론 아이엠 넘버 포를 후레쉬맨에 비유한 내 이야기를 작가가 들으면 뒷목잡고 쓰러질 이야기지만, 그래도 그외 몇몇 요소들이 상당히 낯익다. 그건 어쩔수가 없다. 아이들을 순서대로 죽여야하는건 포켓볼스럽고, 그 아이들이 행성을 탈출해 지구로 온건 후레쉬맨스럽고, 괴수가 나타나는 점 역시 마찬가지고. 지구 침략이 잠재적 목적인것같다란 부분 역시 마찬가지. 더불어 과거 지구의 뛰어난 역사적 인물들이 알고보면 로이언 행성인들과 혼혈이라는 설정 등등.

분명 어디선가 본듯한 설정이지 않은가? 어찌보면 기존의 판타지들과 참으로 판에 박힌듯한 설정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그게 포인트다. 재미있다.

최근에 읽은 다른 sf소설중 노인의 전쟁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재미가 있다. 물론 좀 더 어린 학생들의 취향이나가벼운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어른들의 취향에 더 맞을것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건 어찌됏던 개인의 취향이니 넘어가고서라도 후반부를 향할수록 점점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책임은 분명하다.

 

책의 끝 맺음을 보아하니 이대로라면 아홉명의 아이들중 남은 아이들이 모조리 모여 지구방위대를 결성할것같은 기세이긴 한데, 일단 일권만 읽어본 현재의 심정에서는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면 난 뒷이야기를 찾아서 읽을것만같은 기분이라고 말하면 이 책에 대한 감상을 표현할수있을까?

 

어딘지 모르게 설정은 낯익고, 괴롭히던 녀석이 급 우호적인 친구로 돌변하여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연이 되는 설정이나.로미오와 줄리엣 또래의 주인공들이 죽고 못살만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는 점, 행성의 미래를 위해 혹은 평생 자신이 돌봐온 아이를 위해 온몸을 던져 그를 보호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판"의 모습마저도 찡하다.

 

음..분명 재미는 있는데 소재자체가 획기적이라던가 입벌어질만큼 충격적이진 않다. 구석이 치밀하다거나 전혀 들어보지 못했던 상상력이 동원된것도 아니다. 다만 그 재미라는것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스토리와 독자를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 이 큰 역할을 한다고 해야하나. 이 책의 대부분이 아직 제대로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채 평생을 숨어 지내는 넘버 포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다음 이야기들을 위한 주춧돌 역할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분위기이므로 아주 특출나게 대단해! 라는 생각이 드는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빠져 허우적거리게되는 매력이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넘버 포를 따라다니는 비글이 참 마음에 드는데 이런식으로 동물들로 하여금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것 또한 작가의 의도적인 계획인걸까? 어찌됐던 작가는 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작가 소개란에 로이언 행성의 지도자라고 밝힌 이 엉뚱함이 책을 대변한다고 해도 무방할것같다. 작가소개란부터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하는 아이엠 넘버 포. 앞의 세 아이가 죽고 이제 넘버 포 차례인데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해진다. 

지구방위대 포켓볼 레거시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모가디어인들을 피해 살아남아 로이언 행성을 재건할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