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꿈맛 - 허안나 양의 좌충우돌 청춘일기.

 

86년생인 작가가 대학을 휴학하고 일본으로 1년동안 유학을 다녀온 이야기들을 책으로 펴냈다.  인터넷서점에선 여행 서적으로 분류되는 이 책은 어찌보면 여행에세이인것도같고, 한편으론 그림일기장인것도같고, 또 한편으론 그냥 일기장인것도 같고. 어쩐지 그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오롯이 여행책! 이라고만 하기에 일본여행에 관한 정보는 너무 빈약하고, 그렇다고 에세이! 라고 하기엔 뭔가 어중간한 일기같고..나로써는 쉽게 정의할수없는 장르의(?)이 책은 작가가 일년동안 일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유학생활을 적은 이야기들인데 여튼 내 입장에서는 장르가 다소 의아스러운 책이다.

 

일편생 부모님과 함께 지내다 갑자기 혼자 독립 하는것도 모자라 홀홀 단신으로 바다 건너 머나먼 일본까지 떠나게된 스물몇살의 어린 처자는 그 외로움만으로도 꽤 힘들었을텐데 그래도 제법 의젓하게 견뎌냈다고 해야할까. 처음 가족과 떨어져 살게될때 겪게되는 공허함이나 외로움과 향수병을 씩씩하게 잘 견뎌낸 작가가 언니입장으로써 참 대견스러워 보인다.

 

물론 다만 몇살이라도 더 살아본 언니의 입장에서 좀 더 차갑게 이야기 해보자면 유학을 위해 일년씩이나 힘들게 일해서 저축한 돈으로 혼자 일본까지 갈 정도의 용기와 의지였다면, 좀 더 공부를 열심히 했어도 아깝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랄까. 출석부족으로 선생님에게 걱정을 끼쳐드릴만큼 학원에 흥미가 떨어진 그녀의 모습에 괜시리 내가 다 안타까웠다. 작가 입장에서야 그럴수도있을테지만 그저 내 입장에선 그게 너무 아까워보여서..

 

더불어 홀홀 단신 일본에서 생활하는 두려움이야 지극히 이해 못하는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열고 따뜻하게 진심으로 다가왔던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을 작가 스스로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라고 적어둔 부분에선 참 씁쓸했다랄까. 처음 본 면접과 그로 인한 실패, 살면서 누구나 경험하게될 여러 일들을 일본이란 나라에서 혼자 경험한 그녀의 이야기는 물론 많이 속상했을 테지만 결국 그게 사회인걸 어쩌누..아직은 좀 더 넘어지고 깨지고 울면서 경험해야할 사회를 혼자서 겪으며 많이 울었을 그녀의 모습에 아직 어리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더불어 그녀는 정말 혼자였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랄까.

 

책만 본다면 큰 마음 먹고 공부하러 떠난 일본에서 학원 출석률도 간당간당하게 출석하며 무엇하나 뚜렷한 결과물이 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인생의 참맛을 경험하고 왔다라는 이야기이지만, 그녀의 색연필로 그려진 듯한 느낌의 따뜻한 느낌의 그림들이 좋았고, 그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들이 좋았고, 더불어 선명하고 크게 인쇄된 그 이미지들이 그녀의 글과 더불어 참 잘 어울렸다랄까.

 

활짝 펼쳐도 쉽게 찢어지지 않을것같은 제본과 크고 선명하게 인쇄된 사진. 더불어 작가의 색연필로 그려진 일러스트등이 아니었다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난 대체 뭘 읽은거지?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 시절의 그녀는 아직 어렸고, 아직은 많은 것들을 경험해보지 못했었고,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은 일들을 겪고 경험해야할 긴 미래가 남아있는 그녀의 삶이지만, 그녀 스스로에게 그 시절의 그녀의 작은 실패와 슬픔과 분노들은 먼 미래의 그녀에게 큰 거름으로 남아 용기의 근원이 될 것이고 희망의 씨앗이 될것임은 분명하므로, 스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라고만 친다면 이 책은 제법 성공적이다.

 

다만, 스물몇살의 성인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었을 법한 일련의 실패와 슬픔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꽤나 삐뚤게 받아들일 사람도 있을것같다라는게 솔직한 심정이랄까. 누구에게나 실패와 슬픔은 존재하는데 그걸 본인만의 인생의 참맛 이라고 말하기엔..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그런이야기다. 아직은 서툴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녀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녀만의 서툰 청춘 일기장이다. 그 시절의 우리들 모습을 떠올릴수도있고, 그로 인해 괜시리 과거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며 부끄러워 할수도있는 그런 청춘 일기장.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움이 녹아있던 그녀의 이야기들. 실패와 슬픔에 좌절하고 분노했던 서툰 그녀의 모습들. 다시 한번 더 힘내서 결국 용기백배 충전하고 일어나 스스로를 가두던 좁은 마음에서 벗어나 사람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된 그녀의 모습들. 그런 모습들이 녹아있는 청춘 일기장이기에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일기장 같은책이었다.

서툴고 부족했고, 잘 몰라서 억울하고 분통터졌지만 그녀는 그래도 씩씩하게 일본을 잘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