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에 운에 대한 책을 읽었다. 운명학을 공부한 사람이 오랜 공부와 연구사례를 통해 운의 정의와 성질등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책에서 말하는 것중의 하나가 인연법으로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가족은 물론 친구나 직장동료등 나 이외의 사람과의 관계가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궁금한 것이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한눈에 끌리는 사람, 함께하면 좋은데도 상황이 나쁘게 돌아가는 사람등 다양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문제는 그 인간관계가 선연인지 악연인지 당장 파악하기가 힘들다는데에 있다.

 

  좋은 관계라면 다행이지만 악연이라면 피해를 당하고 상처받게 된다. 짧으면 몇개월, 길게는 몇십년도 이어진다. 이를 꼭 겪어봐야 하는걸까, 그렇다면 참 끔찍하다 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해주길 바란다. 호감을 갖고 진심으로 좋아하며 어려운일이 생겼을때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도아주길 바란다. 상대의 마음을 모르니 때때로 상처받고 상처주게 된다. 긴 호흡의 인연까지 바라보는게 당장은 무리라고 해도 지금 현재 내 앞에 있는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데에 심리학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요령있게 대처하는건 어떨까 싶어졌다.

 

  말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얼굴표정도 어떻게든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온몸으로 완벽하게 마음을 숨기고 감추는것은 불가능하다. 고스란히 드러나는 진짜 마음을 읽어내는 기술이 이책에 소개되어 있었다. 말투 하나, 시선이며 사소한 습관등에 나타나는 미세한 차이가 의외의 메세지를 던지기도 한다는걸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아직 내 주위에서 티가 나게 계산적이고 방어적인 사람은 없어 읽으면서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 적었다. 오히려 가끔씩 이거 내가 해당되는 말이 아닌가 싶어 뜨끔하기도 해 피식 웃음도 나고 재미있었다. 이성과 마음이 싸우면 마음이 인긴다고 한다. 그만큼 마음은 힘이 세고 절대 억누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상황과 이익에 따라 속마음을 숨기려고 해도 실은 전부 실패라는게 어쩐지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처음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고 이어지는 2부는 상황에따른 심리학적 팁이 소개되어 있다. 상사와의 문제로 고민중이거나 영업실적으로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가 있어 좋았지만 한편으로 그 반대의 입장인 사람에게 있어 이건 악마의 팁이다 싶은것도 보였다. 지각한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라는 가슴 따뜻해지는 소제목이 그 예이다. 이 한 문장만 보면 지각한 사람을 배려하는듯이 보이지만 실은 지각한 사람이 상대의 화를 예상해 조마조마해할때 미소짓고 평상시처럼 대함으로써 미안함과 부담감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해 자신에게 유리한 흐름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제 나는 동생과 12시에 만날 약속이 있었다. 10분이 지나도 안오기에 문자메세지를 보냈지만 답이 없어 결국 전화를 했더니 아직도 자고있었다. 너무 화가나고 욕이 튀어나올것같았다. 약속을 취소하고 싶은걸 참고 기다렸다. 만나서도 더이상 지각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평소대로 대했다. 나는 그냥 싸우기 싫었다. 그날은 무뚝뚝한 남동생이 제법 충돌할만한 말을 꺼내지도 않고 다른때에 비하면 부드러운 분위기로 시간을 보낸 편이었다. 책을 읽고보니 이런 심리적인 효과가 있어 내가 동생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었던 모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사람과 마주하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이책은 솔깃한 이야기를 많이 알려준다. 책에서 알려주는 조언들은 상대를 읽고 이해하는데에 많은 도움을 준다. 당장 내가 어제의 일을 한결 더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이기기 위한 공격의 의미로,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의 의미로도 쓸 수 있는 내용들이다. 무엇이건 지금 내 앞의 상대방과 좀더 무난하고 원만한 관계를 위해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