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토익 강사 유수연은 방송에서 한번 본게 전부다. 우선 나 자신이 토익공부를 안하니 마주할 일이 없다. 방송을 많이 보는편도 아니어서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전혀 모르고 있다가 책으로 출간되면 그제서야 알게되는 경우도 있다. 몇년 전 여성들을 대상으로 여성멘토를 초청해 강의를 하는 방송이 있었는데 매주 사람이 바뀌었다. 그때 저자도 나왔었다. 내가 본건 그때뿐이지만 인상이 꽤 남았었다. 말투가 제법 독하고 과격해서.

 

  굳이 찾아서 독설을 듣고싶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익히 잘 아는듯, 책의 첫머리에 강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슬쩍 언급했다. 직업의 특성상, 입시지옥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덕분에 한층 더 험하게 말하게 됐을거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보니 내 예상 이상으로 그녀는 혹독한 시선을 지니고 있었다. 그 시선의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이 파트 1, 이를 바탕으로 현실의 흐름을 보는 시각이 파트 2이다.

 

  읽는 동안 답답했다. 특히 첫번째 파트부분이 그랬다. 저자는 달콤한 미래나 희망같은건 신뢰하지 않는다. 하루하루가 힘든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것은 치열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온몸으로 아픔을 앓아내고 견뎌 살아남으면 온전한 자신이 되어 앞날을 걸어나갈 힘이 생긴다고 한다.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말하는 '견디고 살아내는 것'을 나는 받아들임 또는 인정이라고 말하곤 했다. 오늘이 마냥 행복하고 내 상황이 모두 만족스러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갖다 버리고싶은 문제나 고민들을 다들 껴안고 산다. 우선은 싫어도 그것이 내모습이고 내 현실임을 인정해야한다. 눈을 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내면은 한층 고요하고 단단해진다. 갈리는건 그 다음이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가볍게 건네는 위로나 긍정의 강요를 믿지 못하는건 이해한다. 대책없이 핑크빛 미래를 그려보라고 하는건 사기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긍정의 힘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노래하지만, 나는 절망보다 긍정이나 희망이 주는 배신이 더 싫다. (p.131) 이렇게까지 분명히 말하는 덧없는 긍정이나 희망에 대해 나는 새로운 정의를 더하고싶었다. 온전히 오늘을 살아내게 하는 힘, 그렇게 버텨낼 수 있게 하는 용기는 자신에 대한 긍정이 채워져야 하고 삶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고 말이다. 오늘을 무시한 희망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너무 다른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의견이 겹치는 부분도 적지않아 신기했다. 이방인의 주인공 이야기를 하며 다름의 인정을 말한 부분이 그 예이다. 특히 두번째 파트에서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더욱 많아졌다. 여자의 세계를 모르고 여자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여성을 고객으로 옷가게와 헤어샵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면 대박나지 않겠냐고 하던 아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내용도 있었다. 지금의 세상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하여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해주는 상품과 경영이 요구된다고 하면서 왜 자신의 욕구나 희망, 긍정은 그리 경계하는지 아쉬웠다.

 

  나는 같은 상황이라면 더 좋은 내일을 끌어올 수 있는 긍정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시선일뿐이라는 것도 안다. 약간의 범위에서 정의가 달라 의견이 갈렸을뿐, 내 인생을 굳건하게 살아내기 위해 오늘을 잘 보내야 한다는 큰 줄기로 봤을때 우리는 같을지도 모른다고 느꼈다. 오히려 긍정을 선택한 내 시선에 사로잡혀 저자의 생각을 부정하는 차별을 저지르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책 이야기를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판단하고 틀어내는 솜씨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데미안이나 이방인은 읽은지가 너무 오래되어 다시 읽어야겠다고 느꼈고 저렇게 재밌어보이는 동화책도 있구나 감탄했다. 어쩐지 접근하기 부담스러운 책이었는데 소개된 구절이 확 와닿는것을 보며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것도 즐겁다. 위시리스트를 잔뜩 늘려주는 기쁨과 괴로움을 동시에 맛보여주는 책이기도 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