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비롯해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았을법한 고전은 보통 사람들이 그냥 보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책이다. 한자를 잘 모르고 알아도 해석이 어렵다. 어떻게 해석까지 해도 숨은 뜻을 온전히 이해하는것은 평생 가능할지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보통은 전문가의 해석과 설명이 곁들어진 책을 보게된다. 그리고 요즘은 하나의 대본처럼 등장인물과 상황설정을 통해 독자들이 간접적으로 실생활에 활용되는 고전을 만나볼 수 있게 만든 책이 나오고 있다. 이 책도 그런 책의 하나이다. 역자의 자의적 해석을 자신의 가치관에 비추어 판단할 능력도 없이 고스란히 받아들이는게 겁나서 되도록 원문에 충실한 책을 보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럴려고보니 읽을 수 있는 책이 별로 없고 얼마 읽지도 못했다. 내 능력에 비해 너무 꿈이 컸다.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가듯 흘러가는 이런 책은 고맙다.

  홍팀장이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논어에 대해 가르치고 배워가는 사람들은 회사의 상사와 부하 관계이다. 당연히 이들이 논어를 말하게 된 계기도 회사일이다. 유독 이런 책이 많다. 개인의 일 혹은 회사일이다. 왜 회사일까. 보통의 사람들이 생활을 유지하게 만드는 수입은 직장생활을 통해서 나온다. 돈을 두고 수직관계가 형성된 조직생활은 사람들에게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회사생활에서 오는 인간관계가 어렵다. 이해 못하는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납득이 된다. 그런데도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회사 만큼이나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조직의 관계가 나는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핏줄과 사랑이라는 것이 더해져 감정이 극으로 치닫기가 쉽기때문에 너무 힘들어질 수 있다. 언젠가 마음처럼 안되는 가족관계 문제로 고민하는 등장인물이 고전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봤으면 좋겠다.

  논어가 여러 고전중에서도 유독 유명한것에 비해 내가 직접 논어나 관련책을 손에 든건 몇번 없다. 처음 봤을때 그자리에서 후다닥 읽어내려갈 책이 아니라는걸 절절하게 느꼈다. 나이가 더 먹어서 봐야 받아들일 수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드는 곳도 있었고 노년의 나이가 되어도 이걸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때문에 논어를 알려는 노력은 시원하게 놓아버렸다. 그저 가끔씩, 몇년에 한번이라도 보고 또 보자고 다짐했다. 내게는 지금이 또 한번 보는 셈이다. 이전엔 한글 풀이정도로 그친 책을 가지고 끙끙댔다면 이번엔 소설형식의 다소 마음 편한 구성의 책이다. 분명 조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 됐다. 이런 책은 홍팀장을 통해 독자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지난 시간 나도 직장생활이란걸 했었을때 뭐가 가장 힘들었던가 가만히 생각해봤다. 내게도 만약 옆에서 논어에 대해 알려주고 같이 공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다른 시간을 보냈을까 돌이켜보게 된다. 물론 감정의 격한 상황에 놓이지 않은 지금 읽어도 공자님 말씀은 이해하기에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에도 힘든 부분이 제법 많다. 남이 알아주지 않는것을 아파하지 않기가 말처럼 쉬운가. 요즘은 너도나도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과시인줄도 모르고 과시하며 욕보다도 반응이 없는게 더욱 굴욕적이라고 한다. 경솔하다는건 알지만 그 밑바탕에 깔린 관심과 사랑받길 원하는 어린아이같은 마음은 이해한다. 원래 우리 마음이 이성과는 무관하게 애정을 갈구한다. 충분한 사랑을 받아 마음이 튼튼하지 못하면 아무리 어른이 됐다해도 공자님이 말하는 군자를 닮기가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다고 할만큼 힘들다. 이번엔 그런 간극이 유독 와닿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좋은 말을 보고 읽는건 뿌듯하고 만족감이 차오르는 일이었다. 인간관계의 어려움 이전에 나 자신의 부족함과 단점도 다시 자각하게 되기도 했다. 살면 살수록 참 어려운 말씀들이라는 깨달음에 마음이 무거워지면서도 좋았다. 지금 내가 일을 안하고 있는 탓인지, 논어의 활용보다 그 자체에 더 많이 집중하게 됐다. 한동안의 책 속의 몇몇 구절이 불쑥불쑥 떠오를 것이다. 지금은 그정도로도 괜찮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