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소설이나 만화같은 이야기 속에서 질병에 관련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을 몇번 봤다. 역시 가장 흔한 것이라면 기도 혹은 손을 대는 것만으로 병이 낫는다는 설정일 것이다. 고된 치료과정 없이 간단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에 경건한 자세로 병이 깨끗하게 낫는다는건 언제나 병에 노출되어 있고 죽음을 향해가는 인간에게 아주 오랜 환타지이다. 때문에 너무도 이해가 되는 초능력이다. 어디선가 병을 더욱 악화시키는 그런 능력도 본것같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옮기는 능력은 처음본다. 비슷한듯 조금 다르지만 그 차이때문에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지기도 한다.

  어느 해변 근처의 인적이 드문 폐건물에서 고교생 커플에 의해 시체가 발견된다. 너무도 많은 양의 피가 있고 그 피 웅덩이에 반은 잠겨있던 시체는 한때 기적을 행하던 목사였다. 하지만 죽은 그의 몸에는 사인이었던 과다출혈을 만든 흉기 식칼로 설명이 부족한 이상한 점이 가득했다. 폭행의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고 얼굴의 반은 말기 피부암으로 망가져있었다. 현장은 한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피라고 하기에도 지나치게 많았다. 이 사건을 본 형사 이창은 직감적으로 자신이 쫓고 있던 일과 관련이 있다는걸 알게된다.

  형사 이창은 세상에 유일하게 남은 혈육이고 가족인 조카 채린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왔다. 채린은 누나가 남긴 유일한 가족이었다. 온 가족이 자신탓에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저세상으로 간 후로 이창에겐 채린이 전부가 되었다. 그런 채린은 누나에게서 병도 이어받았다. 어느 병원을 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 아이는 성인이 되지 못할거라고 했다. 어린 아이여서 발작의 간격은 점점 짧아졌고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었다. 누나 역시 병으로 점점 죽어갔었다. 그러다 어느 목사가 여는 집회에서 기적을 봤다. 아버지는 온 재산을 갖다 바쳤고 결국 누나는 축복을 받아 너무도 생기넘치는 모습으로 일어났다. 이창의 희망은 그 축복뿐이었다. 누나를 죽음에서 꺼내준 그 축복이다. 채린에게 축복이 필요했다.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어느 형제가 있다. 인신매매단에게 잡혀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학대와 폭력속에서 살아가던 형제의 삶은 형에게 놀라운 능력이 있음을 들긴 날부터 달라졌다. 형은 크게 다친 동생을 살리기 위해 상처를 옮기고 탈출을 시도했다. 결국 실패했지만 형제를 가두고 있던 아동 납치범들은 형을 이용해 돈을 벌기 시작했다. 병을 없애는게 아니라 질병을 옮길 뿐이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병자에게는 자신의 몸이 좋아진 것만으로도 충분한 은총이고 기적이었다. 납치범 형제는 갈수록 부유해졌고 잡혀있던 형제는 갈수록 불안과 괴로움에 잠겨갔다. 결국 형은 죽었고 그 능력은 동생에게 전해졌다. 겉보기에 평범하고 조용하며 예쁘장한 동생 란은 불행한 과거를 잊으려 노력하며 살지만 현실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질병과 죽음앞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일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내 몸만 나으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악인이 나오는가 하면 자신 혹은 사랑하는 이의 목숨을 위해 다른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수 없어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도 등장한다. 평생 아프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 없고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늙고 아프고 죽는건 누구에게나 해당되기때문에 쉽게 내일처럼 몰입하게 된다. 그래서 캐릭터들의 대비가 아주 분명하게 보이는 이야기다. 착한 인물들에게 쉽게 마음이 움직이는데다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슬픔도 이해할 수 있어 공감하며 읽게되는 책이었다. 자꾸만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져서 금새 읽게됐다. 혹 영화로도 만들어질까 슬쩍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