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 윈프리의 책에서 마야 안젤루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지금도 그녀에 대해 잘 아는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는 것만은 알고있었다. 그래서 책을 읽을 수 있게됐을때 기뻤다. 내게는 처음 접하는 마야 안젤루의 책이라서 내심 기대도 됐다. 엄마의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특별하다. 딸과 엄마의 사이에서는 더욱 애틋하다. 가족으로서의 애정과 같은 여자로서 고통을 이해하고 연민하는때가 오기때문이다. 작가의 가족관계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만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엄마와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기에 꼭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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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마야 안젤루나 오프라 윈프리를 생각하면 성공했고 현명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그들이 흑인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말로만 듣고 영화나 소설에서 스치듯 잠깐 ​보았던 인종차별을 자꾸만 의식하게 됐다. 마야 안젤루가 태어나던 시기는 그래야 하는 때였다. 백인이 지나가면 흑인은 길 옆으로 비껴서야했고 흑인이 백인에게 관심을 보이면 KKK단이라고 불리던 백인비밀조직에 의해 죽거나 린치를 당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해소됐고 여전히 노력중이며 남아있는 인종차별적 언행을 어리석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이다. 오늘같은 날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결코 쉽게 오지도 않았다는걸 다시 떠올리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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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야 안젤루의 엄마이야기를 하기위해 외가쪽의 이야기가 간략하게 나온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던 악명높은 백스터 집안의 장녀로 태어나 아들같은 딸로 당차게 자란 비비안 백스터가 마야 안젤루의 어머니이다. 백스터 집안은 성질이 불같아서 누군가 건드리면 술집으로 쳐들어가 반드시 되갚아주었다. 때리고 부수는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모험담이라고 즐길 정도였다. 목소리가 크고 음정이 정확한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노래하기를 좋아했다. 비비안은 남부출신의 참전용사 베일리 존슨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결혼해 캘리포니아로 거처를 옮겼다. 이들에게서 아들 베일리 2세와 딸 마야가 태어났다. 이들은 곧 성격이 맞지 않아 헤어졌고 아이들은 친할머니에게 보내졌다. 마야는 잠시 지냈던 외가에서 끔찍한 기억을 갖게됐지만 친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서서히 안정됐고 그곳을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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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틋한 이야기이려나 했던 책에는 의외로 거친 가족이력과 결코 화목하지 못했던 가정사가 들어있었다. 마야는 3살부터 13살때까지 엄마와 함께하지 못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때까지 그녀에게 엄마는 없었던 셈이다. 마야가 엄마에게 돌아가게 됐을때 어색하고 불편해했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너무도 예쁜 모습으로 잘 살고있는것같은 엄마 비비안은 나도 정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그저 돌아가고 싶은 마야와 딸의 마음을 얻고싶은 엄마의 모습이 한편으로 안타깝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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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리다지만 엄마를 이해해주지 않고 자신을 버린것에만 집중하며 마음을 주지 않는 딸을 보면 어느 엄마라도 속상하지 않을까. 아마 보통 엄마라면 무척 초조해하고 우울했을 것이다. 놀랍게도 비비안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엄마였다. 훨씬 강하고 대범하면서 똑똑했다.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지 않는것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결코 강요하지 않았다. 호칭에 대해 아이의 뜻을 물었고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가족들 앞에서 딸이 부르는 레이디라는 호칭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말하며 다른 가족들에게도 그렇게 불리고 싶다고 선언한다. 헉소리가 나올만큼 열린 엄마여서 그저 대단하다 중얼거렸다. 마야는 엄마를 조금씩 좋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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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의 가족은 보통 자녀가 성인의 나이로 접어들면 독립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마야는 사춘기 시절부터 엄마와 함께 살았기때문에 다른 모녀보다 함께 산 시간이 짧았다. 하지만 비비안은 딸의 독립선언을 연민과 기쁨으로 받아들였다. 미혼모가 된 딸이 아무것도 없는데다 아기까지 딸린 상태에서 집을 나가겠다는데도 말리지 않고 자랑스러워했다. 임신사실을 알았을때도 현실을 빨리 인정했고 출산할때 옆에서 모든것을 도와주었다. 딸이 첫 아르바이트로 백인여자들이 하던 일을 하고싶다고 할때도 말리는게 아니라 가서 쟁취하라고 말하는 엄마였다. 딸의 선택을 듣고 지지해주며 필요하면 옆에서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여자로서 당당했고 엄마로서 든든한 울타리같은 사람이었다. 비비안은 마야를 딸로서 한없이 사랑했고 지켜주었지만 또한 딸이었기때문에 혼자 설 수 있도록 뒤에서 서있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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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답답하거나 우울해지는 기분이 아니다. 그 반대이다. 분명 나도 처음에 비비안에게 호감이 없었다. 마야가 엄마에게 좋은 감정을 품기 시작했어도 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딸에게 '가서 쟁취해라' 라고 말할때 다시 한번 헉 하고 놀라면서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이 엄마로서 할 수 있는것과 할 수 없는것을 잘 알았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것은 분명하고 단호하게 가르쳤고 정직하고 호탕한 성격 그대로 사랑해주었다. 너무도 멋지게 엄마이면서 친구가 됐다. 알면 알수록 멋있어서 숨을 내쉬었다. 요즘 엄마들은 고민이 많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생각이 많다. 마야 안젤루가 그려낸 자신의 어머니 비비안 여사를 보니 아이에게 해줄것을 고민하기 이전에 자신답게 아이를 사랑하는게 우선이라는걸 알게됐다. 언제나 말과 행동으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자랑스럽다고 표현해준것이 오늘날의 마야 안젤루를 만들었다. 새삼 엄마와 딸의 관계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도 엄마가 될 날이 찾아온다면 저런 엄마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