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이 보통이 아니어서 심약한 사람은 감히 얼굴을 마주할수도 없게 만들것같은 사람, 대상이 애정이건 노력이건 사랑이건간에 지치지 않고 저돌적으로 매달릴 수 있었던 사람, 드러내고 표현하는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사람, 활활 타오르는 불덩어리같은 사람이 이번에 내가 느낀 피카소이다. 물론 이전에 나도 피카소의 이름이나 그림 조금은 알고 있었지만 그뿐이었다. 별로 관심 없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책을 마주하고 했던 첫마디가 "저 할아버지가 피카소인가?" 라는 맹한 소리일 정도이다.

 

  책표지는 피카소의 사진이고 하단부분은 물론 책의 곳곳에도 그의 작품들이 꾸준히 나온다.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이 책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략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까지 누군가 보면 이 책은 피카소라는 천재화가에 대한 전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아니다. 전기라고 하기엔 제목이 너무 어긋나있다. 이 책은 오가와 히토시라는 일본의 철학자가 피카소의 인생과 작품등을 통해 그의 철학과 생각을 짐작하고 빗대어서 사고방식 또는 관련된 생활방식을 서술한 것이다. 그래서 난 아직도 당황스럽다.

 

  처음 접하는 이름의 작가이다. 일본 저자의 서적에는 전문분야를 대중에게 쉬운 설명과 구성으로 풀어놓는 책들이 꽤 많다. 너무 허술하게 보일수 있지만 기초를 쌓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데에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사람이건 길가는 사람 붙잡고 강연하듯 쉽게 글을 쓰는 몇몇 일본 저자를 좋아한다. 이번에 처음 만난 이사람은 어떨까 내심 궁금했다. 철학자이면서 '철학 카페'를 열어 시민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있는 그는 법대를 졸업하고 박사과정 수료, 미국으로 건너가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고 한다. 평생 공부만 했나 싶은데 상사맨, 공무원등의 이력도 있다고 하니 이사람도 참 용감하게 살아왔구나 싶다. 생각보다 지은 책도 많아서 놀랐다.

 

  활발하게 살아온 저자가 무서울만큼 왕성하게 활동했던 피카소를 통해 제안하는 생각법은 전체적으로 강하다. 생각의 방식을 색이나 감정으로 표현한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빨간색이고 숨가쁘게 춤추어라 정도가 아닐까 하고 느꼈다. 기본을 충실하게 다지고 경계짓지 말고 관련된것, 하고싶은것 모두를 모두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부지런히 소화시키고 내뱉고 또 소화시키고 뱉어내며 자기만의 메세지를 담아낸다. 여기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볼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고려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기존에 없던 것이라도 그렇게 보이고 만들어내고 싶으면 그렇게 한다. 이를 저자는 창조, 파괴, 혁명등의 단어로 표현했다. 나는 자신의 노력에 열중한 작품들이 그와 같은 단어들로 표현될 결과를 낳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끊임없이 변하고 달라져가는 순간순간의 생각을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도록 숨가쁘게 춤추는 댄서처럼 표현한 것이라고 느꼈다. 미완성이어도 상관없고 기존의 것을 비틀며 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방식의 권유를 그렇게 볼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차분하고 분명한것을 좋아하며 전체상을 파악하는 특성이 있는 내게 피카소라는 사람이 가진 신체적 정신적 특성을 사고방식의 방법으로 활용하는것은 시도 자체는 흥미롭지만 내용면에서는 별다른 특색이 없어보였다. 주장 자체는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내용이다. 피카소라는 단 한사람을 근거로 삼았다는것이 오히려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그가 천재였던건 틀림없지만 천재의 행동방식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가르침이라고 볼 수 없다. 너무도 한사람만을 바라보며 주장했기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설득력마저 떨어진게 아쉬운 책이다. 그 천재화가에게서 엿보인 철학자로서의 이러이러한 면모를 우리가 배워나가면 좋겠다 라는 취지가 다른 색으로 전달되는듯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