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부터 나타난 미국문학에 나타난 창작태도로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을 하드보일드라고 한다. 그 특성상 주로 탐정소설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데 납득이 된다. 여기서 <감상에 빠지지 않고>가 포인트이지 않을까 싶다. 이를 얼마나 매력적으로 잘 살리느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너무 건조한건 싫어하는 편이다. 그래서 가끔 정통 하드보일드 어쩌고 하는 문구가 보이면 피하곤 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하드보일드라고 할 수 있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서평집이다. 차례를 보니 작가와 책 이름이 쭉 늘어서 있었다. 가끔 내가 읽었던 책도 보여서 반가웠고 더불어 그런게 하드보일드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읽어본 책보다 못읽어본 책의 비율이 훨씬 높았기때문에 저자의 서평은 새로운 책들을 독자 입장에서 어땠는지 솔직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책의 소재와 관련된 간략한 설명이 곁들어있기도 해서 한결 이해하기 쉬운 장점도 돋보였다.

  기자와 편집장 이력을 가진 저자는 대중문화나 음악, 영화등의 칼럼을 써오고 있는 평론가이다. 책의 출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어쩐지 읽으면서 좀 놀랍기는 했다. 저자들의 이력이나 작품계보등을 줄줄이 외고 있는것처럼 보여 엄청나게 많이 보고 관련지식이 많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내고 일간지에 비평문이나 칼럼등을 연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지식이나 글솜씨가 이상하지 않다. 역시 그랬구나 싶었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보는 사람이 비관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니...

  예전에 본 책에서도 살인사건을 통해 사람의 속마음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글귀를 봤다. 저자는 이 세상이 지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이전에 이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보면 답답했다. 분명 세상엔 무서운 일이 일어난다. 살면서 아픔 없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왜 그런쪽만 크게 보는걸까 그게 답답했다. 어쨌거나 이것 역시 선택의 문제라서 그냥 다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알고 지켜보면 비관론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두 부류로 또다시 나뉜다. 세상은 지옥이다에서 그냥 끝나는 사람, 그래도 무언가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사람. 잔혹하고 절망적인 일을 채찍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알고 그건 그것대로 괜찮게 보였다. 그런 사람들에게 범죄소설은 양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