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바탕 한가운데에 야구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여자는 이 책의 주인공 다케우치 시노부다. 마치 위험물에 접근하지 말라는듯한 그림이라 웃음이 나왔다. 한편으로 좀 어울린다고도 생각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현재 잠시 유학중이다. 전작에 해당하는 책에서 그녀는 두 남자의 열렬한 구애를 받고 그중에서도 신도라는 형사의 프로포즈를 물리친채 교사로서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공부를 택했다. 그렇게 잠시 학생신분이 된 그녀의 조용한 나날이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의 사건사고를 풀어놓은 내용이다.

  사실 내용은 전부 단편이고 뭔가 소름끼치는 반전같은것도 없으며 마찬가지로 눈에띄게 카리스마를 내뿜는 매혹적인 인물도 없다. 시노부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런 부류의 내용이 아니다. 너무도 친근하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만큼 활기차며 한번씩 슬쩍 미소짓게도 되는 책이다. 분명히 강도에 살인사건등이 얽히는데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이없을만큼 가볍고 밝다. 이책은 물론 전작의 책도 새빨간 바탕의 표지인데 그건 위험이라는 의미라기보다 그만큼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는 이미지로 보는게 맞다. 그 분위기가 기분좋았기때문에 이 책도 기대가 됐고 반가웠다.

  그녀가 오사카의 오지초등학교에서 근무할때 그녀에게 반한 형사 신도와 소개받아 만난 남자 혼마 두사람이 만담같은 말싸움을 하며 시노부를 쫓아다녔다. 공부를 결정하고 사는곳을 옮기면서 시노부는 두남자와도 연락을 끊고 조용히 지냈던 모양이지만 지역상점가 사이의 야구경기에 용병으로 참가한 후 상대편 상점 회장에게 초대받아 간 집에서 사건이 생긴 후로 공부만 하는 은둔생활은 깨져버렸다. 하지만 본인도 그리 안타까워하는 눈치도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건을 참 좋아한다. 선생님이라는 단정한 이미지보다 앞에 출입금지라는 띠가 둘러쳐진 표지의 이미지가 한결 어울리는 사람이다. 시노부와 마침 함께 있던 제자 뎃페이는 모처럼 생긴 사건에 눈을 반짝인다.

  여전하구나 하면서 덩달아 즐거워졌다. 화끈한 성격의 시노부 선생도 천방지축인 아이들도 나이만 한살 더 먹었지 달라진게 없었다. 니시마루 상점가의 회사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재회하게 된 형사 신도 역시 똑같았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끼어있던 멤버인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불같은 시노부 선생님이 교사로 복귀해 움직이는 모습은 의외의 매력이 엿보여서 저런 선생님이라면 믿음직스럽고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 흐뭇하기도 했다.

  사건내용보다 인물들이 생동감있고 그들에게 정이 쉽게 드는 작품이라 작가가 이 시리즈는 더이상 쓰지 않는다고 한걸 보고 아쉬웠다. 애초에 처음 한권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 더 쓰게 된것이라고 한다. 시노부 선생이나 아이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는것도 좋을것같은데 작가가 이것으로 끝이라고 하니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 원제가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목에 있는 <안녕!>은 Hi가 아니라 Bye 의 의미인가보다 싶다. 정들었던 독자로서 나도 놓아주어야겠다. 시노부 선생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