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출간된 이후 큰 화제를 불러모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유명세만큼이나 선뜻 손대기에 부담스러운 책이었다. 프랑스어 원본이 970쪽, 한국어판이 820쪽이라는데 800페이지 넘는 경제학 책을 누가 감히(?) 손댈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런 지식을 갖춘 사람이 아니기에 그저 그런책이 있다는것만 알고 지내왔다. 그래서 이책을 알게된게 무척 기쁘다. 좀더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고 만화라는 형식을 도입했으며 돈도 인맥도 없는 20대의 아가씨 히카리를 내세워 개인의 이야기로 초점을 맞춘덕분에 공감하기도 쉬워졌다. 아, 이런책도 일본은 나오는구나 싶어 좀 부럽기도 했다.

 

  만화속의 주인공 히카리는 광고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여성이다. 월급은 제때 나오지도 않고 돈도 잘 모이지 않고 그저 삶의 낙은 몇년이나 키워온 문조 한마리이다. 어느날 동호회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나간 자리에서 히카리는 소위 '가진 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 대화를 하고 알아가면서 자신과의 격차를 뼈져리게 느낀다. 그저 열심히 일하면 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안된다는것을 배우고 진지하게 자신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히카리는 결국 창업을 하게된다.

 

  히카리는 문조 동호회 모임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급여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생활비를 아끼려고 몇백원에도 달달 떤다. 그게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처음부터 달랐고 이를 책에서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서 언급된 내용을 간략하면서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너무도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유가 21세기 자본의 핵심 내용이기도 한 r(자본 수익률)>g(경제 성장률) 의 공식이다. 간단히 말해 경제가 발전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보다 종자돈을 투자해 벌어들인 수익금의 비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딱, 지금의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피케티가 과거 200년 이상의 세계 각국 데이터를 15년간이나 조사하고 연구해 밝혀낸 것이다. 이책을 읽기 전, 감수를 맡았던 사람이 피케티의 책을 보고 일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절망적이고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언급했었다. 무슨 내용이길래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을것같았다.

 

  하지만 이 만화의 감수자가 말한대로 가진사람이 더 갖게되는 분배의 불평등을 피케티가 지적한것은 포기가 아니라 다같이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자 라는 의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경제 저성장이 길게 이어져 갈수록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옛날의 신분제도가 부활하거나 전쟁이 나거나 둘중 하나겠다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옳지 못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분명히 인식하는 문제는 나라를 막론하고 사라져갔다는 것 또한 기억할 필요가 있다. 피케티가 제시한 해결책은 의문이다. 특히 세금을 부과하자는 이야기는 실현가능성이 없어보인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하나 둘 존재만이라도 계속해서 세상에 나와야한다. 이 커져가는 차이를 바로 인식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이다.

 

  얼마전에 피케티의 책이 또 출간됐다. <피케티의 신자본론>이라고 이름지어진 이 책은 자본주의가 국제정치 및 사회제도와 맺는 관계와 문제점을 살피고 그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한다. 주제나 구성이 좀더 현실적으로 보여 읽어보고 싶지만 여전히 겁난다.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경제 성장과 수익, 분배, 차이에 대해 조금은 알게된것같아 기쁘다. 입문서로 정말 좋은 책이다. 주변에 마구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