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주인공 마라가 절친인 레이첼과 그리 친하지 않지만 자신의 절친옆에 콕 붙어다니는 클레어와 함께 위저보드를 하는 장면이다. 분신사바와 같은 것이라고 하는데 레이첼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M,A,R,A 라는 답을 얻는다. 둘은 6개월 후에 죽었다.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한밤중에 모인 레이첼과 클레어, 주드, 마라는 그곳에서 사고가 나고 마라 혼자 살아남는다. 깨어났을땐 친구들이 죽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전해졌고 그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음을 알게된다. 친구들의 장례식 이후 마라는 가족을 설득해 이사한다.

 

  정체를 알수없는 놀이에서 찜찜한 대답을 얻었다는 일은 마음에 걸리지만 그것을 빼면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젊은층의 인기를 얻은 로맨스 소설답게 공식을 그대로 적용한듯한 남자주인공이 등장한다. 전학간 사립학교에서 눈에 띄던 아름다운 남학생, 알고보니 그를 좋아하는 여학생이 너무도 많고 이미 유명인이었다. 아름다운 외모에 매력적인 미소, 다재다능한 능력에 알고보니 부자집 아들이라는...... 그런데 그런 남자가 첫날부터 쓰러져 코피를 흘린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말을 건다. 질투로 눈먼 계집애의 함정에서 구해주기까지 한다. 내나이가 너무 먹은건지 모르겠지만, 설레기보다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기분으로 봤다.

 

  마라 역시 남자주인공 노아에게 빠져들지만 마냥 설레면서 기뻐할 수 만은 없다. 마라는 깨어난 후로 자신을 감시하듯 너무도 붙어있고 신경써주는 엄마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레이첼을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서 무엇에든 정신을 쏟으려고 하지만 불쑥불쑥 헛것이 보이고 죽은 클레어나 주드가 보여 혼란스럽다. 가족을 걱정하게 만들고싶지 않고 정신병원에 보내지는것도 싫은 마라는 어떻게든 태연하고 괜찮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만 환상을 보고 토하고 비명을 지르다 기절까지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점점 자신이 정말 정상이 아니라고, 미쳤다는 생각에 괴로워한다.

 

  도저히 고등학생같지 않은 노아와 그 잃어버린 기억에 무엇이 있기에 저렇게 힘든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안쓰러운 마라의 이야기는 이제 막 발전단계에 들어섰다. 책이 3부작이라고 소개되어 있어 각각 독립적인 사건이 있는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하나의 기승전결을 세권의 분량으로 딱 나눈 그런 구성이었다. 그래서 너무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도 들고 마치 다음 회를 보고싶도록 궁금증을 한껏 유발시킨 드라마의 엔딩컷을 보는것도 같았다. 개인적으로 호러도, 미스터리도, 로맨스도 다 괜찮지만 필요 이상으로 정도를 벗어나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만큼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염려가 살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