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어 자연스럽게 알게된 것이 있다면 경제공부의 필요성이다. 더욱 정확히는 돈공부다. 우리는 어려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 어른들이 예쁘다고 돈을 주거나 명절때 친척들에게 용돈 또는 세배돈을 받으면 엄마와 아빠 두사람의 압력싸움이 펼쳐진다. 마치 짠것처럼 잊어버리니까 맡기라고, 집에 가서 주겠다 하거나 적당히 다른 무언가를 거래하듯 내건다. 확인할 길 없지만 다 저금했다고도 한다. 어쨌거나 돈을 어떻게 벌고 들어온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에 대해 배운적이 없다. 그 여파는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참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 어른세대도 사실 그런 교육을 제대로 못받았으니 원망할일은 아니지만 무척 안타깝기는 하다.

 

  이제라도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데 우선 모으는것부터가 너무 힘들다. 쉽게 듣는 단어가 종자돈인데 그런 녀석 나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저축이라는것도 그냥 무턱대고 하는게 아닌모양이다. 그렇다고 포기할수도 없어서 되는대로 모으면서 산다. 그래서인지 제목부터 참 부럽다. 저축의 왕도 아니고 신이니까. 제목만 보면 대충 책의 내용은 생활속에서 새는돈을 막아 모으는 방법같은게 있을것같이 보였다. 그런 책이라면 사실 몇년 전에도 읽었다. 그런데도 또 읽는건 그동안 느슨해진 내 마음을 다시 다잡아보려고 했기때문이다. 낭비없고 현명한 소비생활을 꿈꾼거다. 그런데 의외로 조금 다른 방식의 이야기가 있어 흥미로웠다.

 

  지은이는 컨설턴트로 일하는 직장인이다. 결혼했고 아내 역시 자신과 같은 일을 한다. 대학 졸업후 학자금대출이 있는 상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처음엔 이 빚을 갚을 정도면 만족할만하다고 생각했단다. 아내는 자신의 고향인 오키나와에서 살고싶다고 했고 그곳에 대해 조사하면서 자신도 반해 부부의 목표는 오키나와 거주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기위해 필요한 모든 비용을 계산한 결과 10억정도 필요하다는 결론을 지었다. 이때부터 부부 공동의 저축생활이 시작되었고 10년간 10억 모으기를 목표로 한 결과 7년이 지난 지금 7억원을 저축했다고 한다.

 

  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또한 부부라고 해도 함께 돈을 모으고 쓰는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남편인 지은이의 이야기는 인상에 남는다. 서로의 자산을 공유하고 공동의 목표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는것,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대화를 해나가는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싱글이지만 참 와닿았다. 두사람 모두가 원하는 목표를 발견하고 같은 미래를 꿈꾸면서 노력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다.

 

  반면 돈을 모으는 현실적인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봤다. 막연히 생활비를 아끼고 하는것으로는 힘들기만 하고 오래 지속하기 힘들어 좀더 쉽게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회사의 프로젝트나 경영에 사용되는 컨설팅 기법을 저축생활에 적용한 것이다. 한결 정리되고 효율적인 사고방식으로 모든것을 보고 판단하고 개선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꿈을 목표로, 목표를 전략으로, 전략을 계획으로, 계획을 행동으로." (p.100)

 

  어떻게보면 너무 당연한 순서이다. 자산전문가들도 고객에게 상담할때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 꿈이 무엇인지이다. 정말 하고싶은게 무엇이냐, 어떻게 살고싶은가 인거다. 그것이 곧 자산계획을 세우는 최종목표가 된다. 전문가를 찾아가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밟아가는 절차를 이 책에서는 실생활의 시행착오를 거쳐 비전문가의 힘으로 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12가지 항목으로 묶어 가계부를 정리하라는 내용은 가계부작성 경험이 없는 내겐 달콤한 팁으로 보였다.

 

  경제공부가 필요한건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건 자기 자신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떤 삶의 방식을 걸어갈지 알아야 자신만의 경제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래야 자신의 목표가 세워지고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한번 그렇게 세워지면 한결 든든한 동반자같은 경제력이 내게도 생길것같다. 죽지 않는 이상 돈과 무관하게 살아갈 수 없기때문에 모른척 할 수 없는 저축에 대해 아주 체계적인 방식과 현실적인 조언을 얻었다. 물론 나도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것같은 안도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