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누구든지 오늘을 사는 거야.
거기 씨팔은 왜 붙어요?
내가 물으면 그는 한바탕 웃으며 말했다.
신나니까......그냥 말하면 맨숭맨숭하잖아. (p. 257) 

  시집 속에서 튀어나온듯 정갈하고 예쁜 글귀들이 이 책 개밥바라기별엔 여기저기 박혀있다. 성정소설이래서 단순히 치기어린 짓을 하는 청소년이 나오고 무언가 깨닫는 정도를 상상했다. 말 그대로 성장소설이라고 하니 말이다. 어쩌면 내 청소년기는 너무 심심할만큼 무난해서 다른 경험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 이정도로만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름을 가능하면 익혀두려 하면서도 저절로 무심히 흘려버릴때가 있다. 이번에 읽은 개밥바라기별의 작가도 그랬나보다. 막상 책을 마주했을땐 기쁘면서도 누구지 했다. 아무생각없이 뒷표지를 봤다가 거기서 모랫말 아이들을 보곤 놀랐다. 처음 접하는 작가가 아니었구나...... 방송에서 추천하는 걸 보고 읽었고 좋아서 생일선물까지 했으면서 정작 작가의 이름을 잊고 있었다는건 너무 웃기다. 허허.. 내가 이렇게 웃기는 애다. 

  작가 자신의 사춘기 때부터 시작된 방황에 대해 썼다고 했는데 이야기는 한사람의 이야기치곤 풍성하다고 느껴졌다. 단순히 시대가 다르니까 라고 넘겨버리기엔 뭔가 찝찝하지만, 모든게 다 달라도 마음은 같아서 이렇게 가슴에 내려앉는 모양이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큰 굴레를 벗어난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항상 기쁘고 고민없이 지낸시간은 결코 아니었다는걸 다시 알게됐다. 어느새 잊고 가물가물해져가는 사춘기때를 이렇게 돌아본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p. 284~285)

  작가의 말 속에 있는 이 한 문단에 내가 덩달아 위로를 받았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나는 성인의 나이이지만 돌아본 기억속의 나는 지금의 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것같다. 결국은 소설속 주인공들의 위로와 격려를 함께 받고 기운을 차리는 셈이다. 자꾸만 성장소설을 보게되는 이유가 이것인가보다. 문득 작가 황석영의 책을 모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개밥바라기별, 참 따뜻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