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시로 가즈키를 처음 알게된건 선물로 추천받은 fly to fly를 통해서였다. 사실 내용 자체는 별것 아닐수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인간적이고 정이 많은 가네시로 가즈키를 만났었다. Go를 찾아서 봤을때도 역시 정이가고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마음껏 좋은 인상을 심어준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너무 너무 반가운 마음에 책을 살피지도 않고 읽기 시작했다.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영화처럼은 서로 멀지 않은곳에서 살고있는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사연을 갖고 살면서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연을 맺고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어린시절 영화를 같이 보고 이야기하며 친하게 지낸 친구를 위해 소설을 쓴 어느 남자, 자살한 남편때문에 충격을 받은 여자와 그 여자를 위해 매번 영화를 추천해주는 비디오가게 아르바이트생,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호사인 아버지를 덮쳐 돈을 빼앗고 달아나는 고등학생 딸과 그녀의 남자친구, 뼈아픈 기억을 가진 아줌마와 그녀의 도움을 받은 꼬마 남학생,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기력을 잃어가는 할머니를 위해 두분이 함께 처음으로 본 영화를 다시 구민회관에서 상영하는 손주들. 이 모든 사람들이 여름방학의 막바지에 구민회관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기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정확히는 로마의 휴일을 관람했던 사람들 중 몇몇의 일상을 영화처럼 찍어냈다는게 맞을 것이다. 

  중간중간 이해할 수 없는 표현이나 상황이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다분히 인간적이어서 좋았다. 제목이 영화처럼이긴 하지만 영화와 사람의 이야기 사이의 비중도 적절해 보였다. 낯간지럽게 속마음을 훤히 드러내고 달콤한 말을 하지는 않지만 말을 툭툭 던지는듯 내뱉으면서도 속마음이 따뜻한 사람의 느낌을 풍긴다. 그래서 책인데도 사람인양 좋아지는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책 속의 사람들이 모두 보았던 그영화 로마의 휴일을 사실 난 아직 못봤다. 내가 태어나기 30년 전의 영화이니 일부러 찾아서 보는게 아닌 이상 쉽게 접하기는 힘든 영화인게 사실이다. 언제든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에 얽힌 내 추억을 곱씹어봤다. 

  추운 겨울밤 몇일을 귀신 곡소리 내다 혼나게 만들 만큼 노래가 좋았던 오페라의 유령, 약속을 펑크내고 혼자 집으로 되돌아가게 만들었던 썩을놈이 생각나는 스캔들, 친구와 보고 다른 친구가 보여주고 사무실 직원이 또 보여준 트로이, 동생에게 처음으로 누나노릇을 한것같은 어설픈 만족감과 아쉬움이 깃들던날 봤던 목포는 항구다,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보았고 좋아하시는 모습에 내심 많이 미안했던 님은 먼곳에 등등...... 돌이켜보니 내게도 영화와 함께한 기억이 많아 새삼 신기하다. 

  사실 나는 단편을 안좋아한다. 뭔가 읽으려하면 끝나고 상황파악이 됐다 싶으면 끝나버리는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이제야 기억할만하고 정붙일 인물들이 더이상 안나온다는게 황당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이야기들이 무언가를 연결고리로 삼아 하나에 속하는듯한 구성이라면 좋다. 이 책이 그래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너무 행복해보여서 뿌듯했다. 오랜만의 작품이지만 여전히 멋지다, 가네시로 가즈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