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만나야 할 시기와 인연이 따로 있나보다.
화랑세기를 읽고나서 그 어떤 책에서도 만난 적이 없는  미실이란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많았고 어떻게든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미실을 소개한 유일한 책 화랑세기가 진위여부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더구나 그 책의 미실은 허구의 인물이란 확정아닌 확정 아래서 미실을 따로이 만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미실'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책이 나오다니... 당장 만나야지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몇년을 잊고 지내다,  지난해 드라마로 나왔던 선덕여왕을 보면서 다시 미실을 생각해 내게 되었다.   사실 화랑세기의 미실은 조선사에 보다 익숙한 내게 충격과 경악이었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책은 책대로 그저 책 자체에 맞춰봐야지 내 시각에 맞춰 책을 읽는동안 편집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럼에도 참 어렵고 어려운 인물이었다. 미실은.

그런데 선덕여왕의 미실을 보면서 내가 그녀의 색공이나 혈연관계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두고 미실이란 인물 자체는 그다지 신경을 써 보지 못했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런 색안경을 내려놓고 보니 미실이란 인물을 좀 더 편안하게 보게 되고 그녀의 특별함이 보인다.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어떤 점이 훌륭하다, 또 어떤 점을 본답고 싶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미실은 자신의 시대를 참으로 능동적으로 살아온 사람이 아닌가 싶다.
우리 기준으론 알기 어렵지만 지금까지도 칭송받는 수많은 화랑과 신라의 위대한 왕들이 사랑한 사람이라면 우리의 기준과 또 다른 특별함이 미실에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단순히 아름답고 색공지신이라 사랑받는 다는 것은 지금의 기준으로도 그렇지만 영토전쟁이 끊이지 않는 그런시대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시대를 능동적으로 그리고 치열하게 또 온몸으로 사랑하다 간 미실 그녀를 오늘 만났다.   시간이 좀 더 흘러 다시한번 미실을 만나게 된다면 그 때의 미실은 내게 또 어떤 모습일지 그려본다.